아시아나, 막대한 부채 탓 재무적 난관 예상…항공업 전문성 없다는 점도 약점
아시아나 자회사 분리·재매각 설 나와

▲ 아시아나 우선협상대상자에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 선정. 서울 강남구 HDC 본사. 사진=연합

[일간투데이 신용수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하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유력해 졌다.

현대산업개발은 국내 2위 항공사를 인수하며 주택산업 기반에서 관광산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는 많이 남아있다. '승자의 저주설'부터 '아시아나 자회사 매각설'까지 우려 섞인 시선 역시 존재한다.

아시아나 인수 정몽규 회장 기자회견.사진=김현수 기자

■ 현대산업개발, '승자의 저주' 이겨낼까

기존에 호텔과 레저, 면세점 사업을 하고 있던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전에서 이겼지만 자칫 대형매물 인수 후 자금난 등으로 모기업이 휘청거리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까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아시아나에 2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경쟁 컨소시엄은 물론이고 시장이 예상한 1조5000억~2조원 범위를 훨씬 넘어선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은 곧 본협상에 돌입하게 된다. 여기서 가격조정 등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우발채무나 실제가치보다 과대평가된 부분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은 11조원에 달하는데 그중에서 순 자기자본은 1조4000억원에 불과하고 부채는 9조6000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부채 탓에 인수한 기업이 재무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현대산업개발이 항공운수업 운영의 전문성이 없다는 점도 넘어서야 할 난관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항공기의 3분의 2가 빌려 쓰거나 노후화된 것이 많아 신형기종 도입 등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대형항공사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점과 저가항공사(LLC)의 등장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업계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대산업개발이 '승자의 저주'를 벗어나는 방법으로 아시아나 자회사의 분리매각과 재매각설을 제기하고 있다.

■ 아시아나 자회사 분리매각·재매각설 '솔솔'

현대산업개발이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를 분리매각하거나 재매각할 가능성은 입찰 초기부터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아시아나 매각시 자회사까지 함께 묶는 '통매각' 원칙을 밝혔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분리 매각도 가능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통매각은 가격도 높고 절차도 덜 복잡하지만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자금 마련 때문에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개발 ▲에어서울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지배구조는 'HDC→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순으로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도 모두 보유하려면 지분을 전량 인수해야 한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이 부담될 수 있어 HDC그룹 내 계열사가 아시아나 항공의 자회사 지분을 사들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나 인수가 완료되기 전 협상에서 일부 자회사가 재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이 매물로 나올 경우 본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애경그룹 등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은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어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을 합한 통합운영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그래픽=연합

■ 정몽규 회장 "지속가능 성장 위한 전략적 판단"

정몽규 HDC 회장은 이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인수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항공업계는 국내외 모두 안전 문제와 더불어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수 후에도 신형 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 초우량 항공사로 거듭나 경쟁력과 기업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HDC그룹은 항공산업 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서 한 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HCD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의 임직원들과 함께 긍정적 시너지를 이뤄내 주주와 사회에 기여하고 더불어 대한민국의 국가 미래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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