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일 발표한 '고령 인구 증가 대응 방안'은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한다. 주문하고 싶다면 더 빠르게 빈틈없이 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그 대책과 정책도 그와 비례해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한 다방면의 정책 중 우선 주택연금 가입 나이를 기존의 60세에서 55세로 낮추고 주택을 담보로 한 기준선을 공시가 9억원 이하 주택까지 확대했다. 우리나라처럼 노동의 유연성이 단절돼 있고, 50대 중반이면 평생 몸담았던 직장에서 떠날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에서 노후 생활의 안정판 역할을 할 수 있는 주택연금 기준을 완화한 점은 정부가 현실을 직시한 정책이라 본다.

기존 아파트에서 단독주택까지 확대한 점이나 가입자가 사망 시 배우자에게 연금 자동 승계한 점이라든지, 가입 주택도 임대를 허용한 점은 노후 무소득으로 버텨야 하는 고령 세대를 위한 마지막 생활 안정판이라 할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 나이 하향조정 조치는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사항으로 이르면 내년 1분기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입 주택가격 조건 완화는 공사법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국회 논의에 따라 시행 시기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을 보면 가입자 사망 시 자녀들의 동의 없이는 배우자에게 연금이 승계되지 않는 문제를 보완하자는 것과 주택연금 가입 주택이라도 공실일 때 임대를 허용해주기로 한 것은 가입자가 병원이나 요양 시설, 자녀 집에서 거주하는 등 상황에서 추가 수익을 벌어들일 기회를 주는 것으로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의 자금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정부 발표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점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령자 지원 주택 보급을 확대하고 도시 설계도 인구구조 변화 양상을 반영해 탄력적으로 수립하기로 한 점이다.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해 가구주 연령대별, 지역별, 가구원 수별 등 분석 단위를 세분화해 주택 수요를 추정하고 고령자를 위한 주택 공급도 확대하겠다는 점은 때늦은 감이 있다. 고령자 복지시설을 갖추고 복지서비스를 지원하는 고령자 복지주택을 내년에 신규로 10개소를 조성하고, 고령자를 위해 고령자 접근성과 안전성, 편의성을 고려한 공간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령화 산업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고령층의 늘어나는 소비패턴을 반영한 이른바 '고령산업' 대책 중 '고령 인력 활용도 제고'와 '고령 친화 신(新)산업 육성'이다.

'고령 인력 활용도 제고'는 늘어나는 고령 인구를 산업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중장년층의 창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오랜 기간 재직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 환경을 조성하는 안이다. 퇴직자들이 경력과 전문성,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기술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들이 창업생태계 내에서 벤처 육성을 위한 멘토나 투자자 등으로 활약할 기회도 확대하겠다는 것은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일 수 있다.

또 일자리연계형 주택 보급, 건강 검진과 자기계발 등 복지서비스 제공, 학위 취득 지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으로의 인재 유입을 촉진하는 한편 장기 재직도 유도하기로 했다.

정부 안으로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와 스마트 산업단지 10개를 구축하고, 스마트 제조인력 10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또 숙련인력의 은퇴에 대비해 이들의 지식과 경험을 산업 자산화하는 방안과 함께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적극적으로 운동, 여행, 소비, 문화 활동을 하는 이른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를 위한 고령 친화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고령자의 욕구·소비 행태 등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고령 친화 제품·서비스·시스템의 표준화 로드맵, 특히 고령 친화 제품의 품질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우수제품에 대해서는 규제를 푸는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고령자 생활편의를 위한 신약, 의료기기,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자동차 등 융합 제품·서비스의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선진국들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해법 찾기에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답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정부가 내놓은 고령화 대비의 큰 틀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더 세밀하게 정책이 체계화되고 이를 더 빨리 앞당기는 데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둘 것을 주문하고 싶다. 노령화 정책이 결국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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