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比 맥주 수입량 99%↓·방일 한국인 관광객 65.5%↓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노재팬 운동 참여율 입증
서경덕 교수 "'국산품 애용의 생활화', 우리 모두 최선을"

▲ 대형마트 카트에 일본 기업의 맥주 제품들이 담겨 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지난 7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재팬(NO 재팬)' 운동이 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시작된 이번 불매운동 열기는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일본에 가지 않고, 일제를 사지 않는다'는 노재팬 운동 취지가 잘 실천되고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일본 제품과 대체상품을 안내하는 '노노재팬(NoNoJapan)' 홈페이지는 10월 기준 생활, 음식, 가전, 화장품, 의약품 등 일본 브랜드 300여개를 공유하며 불매 운동을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지난 7월 노노재팬 웹사이트의 방문자는 13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노재팬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시장은 수입 맥주 시장이다.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일제 맥주 퇴출에 동참하고 나서면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보이콧이 확산됐다.

일본 맥주는 지난 2009년 기존 1위 미국을 제친 이후 지난해까지 10여년간 맥주 수입액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노재팬 여파로 일본 맥주의 위상은 바닥을 찍었다. 올해 7월엔 3위, 8월에는 13위까지 추락했다. 특히 일본산 맥주 수입량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99% 이상 감소율을 기록하는 등 불매운동의 위력을 보여줬다.

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에서 수입된 맥주는 3만5008㎏으로, 액수로는 3만8000달러(약 4500만원)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물량은 99.6%, 금액은 99.5% 떨어졌다.

앞서 일본 재무성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10월 품목별 무역통계' 자료를 보면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 실적이 수량과 금액에서 모두 '제로(0)'로 나타났다.

일본 현지 언론은 불매운동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한국에서 일본 브랜드를 철거하는 움직임이 퍼졌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재무성 관계자를 인용해 "무역통계에는 회당 20만엔을 넘는 실적만 반영된다"며 "실제로는 10월에도 소량(소액)이겠지만 수출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애써 위로했다.

일본산 자동차도 일본 불매운동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일본 차(도요타·렉서스·혼다·닛산·인피니티)는 1103대가 판매됐다. 불매운동 직전인 6월(3946대)보다 72% 줄어든 수치다.

이밖에 유니클로는 히트텍 무료 증정 행사에도 매출이 약 70% 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히트텍 무료 증정 기간이었던 지난달 15∼20일 국내 8개 카드사(삼성·신한·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신용카드 매출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유니클로 명동매장. 사진=김현수 기자

반면 탑텐과 스파오 등 국내 토종 제조유통일괄(SPA) 브랜드는 반사이익 효과를 거뒀다. 탑텐의 경우 올해 10월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70% 증가했다. 지난달 1일~20일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8% 급증했다. 스파오는 지난달 1일~20일 매출액이 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노재팬 운동이 촉발되고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의 감소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지난달 방일 외국인 수 추계치를 보면 올해 10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19만7300명으로 지난해보다 65.5% 줄었다.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 수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선 올해 7월 이후 4개월 연속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노재팬 운동은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취지의 운동으로 지난 7월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대한민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강력히 반발한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소재를 수출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일각에선 한국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여전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자발적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글들이 공유되고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불매운동은 절대 강요가 될 수 없다. 개인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며 "현재의 자유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번 불매운동이 한 단계 더 넘어 '국산품 애용의 생활화'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