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망 사용 국내사업자 '역차별' 해결 가이드라인 마련
방통위, "불공정 행위 유형 명시"…국내 업계, "해외 사업자 제재 못해, 국내 사업자 부담 가중"

▲ 방송통신위원회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년의 연구 끝에 국내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해외 사업자보다 비싼 망 이용료를 낸다는 '역차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내놓았지만 별다른 실효성 없이 국내 사업자들에게 또다른 규제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발표했다.

이날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국내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 제공사업자(IS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해외 CP보다 불리한 조건에 있다는 문제의식 속에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제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가이드라인은 망 이용 대가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망 이용계약의 원칙과 절차를 정하고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사업자간 자율적으로 문제해결이 이뤄지도록 하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피해 등 시장메커니즘이 작용하지 않는 제한된 상황에서 정부 개입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계약의 원칙으로 계약 당사자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상대 사업자에게 거래상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인터넷망 이용 계약을 체결할 때 이용 대가 이상을 요구하는 경우 그 사유를 제시하도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불공정 행위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가이드라인은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계약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상대방의 권리를 제한하는 계약으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계약 수용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을 불합리한 사유로 지연·거부하는 경우 ▲제3자와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거부 등을 요구하는 경우 ▲계약 당사자가 제3자와 공동으로 상대방에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이다.

또 계약 당사자는 본인이 체결한 다른 계약 조건과 비교해 상대방에게 현저하게 불리한 이용 조건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면 계약을 요구하는 등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건도 설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망 이용계약 과정에서 불공정 행위 여부는 ▲인터넷망 구성 및 비용분담 구조 ▲콘텐츠 경쟁력과 사업 전략 등 시장 상황 ▲대량구매·장기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이밖에 인터넷 트래픽(데이터 이동) 경로 변경이나 트래픽 급증 등으로 이용자 콘텐츠 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콘텐츠 사업자는 통신 사업자에게 사전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방통위는 이후 논의 과정을 거쳐 연내에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1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번 조치가 '가이드라인'이다 보니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다고 이를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에 전체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망 이용계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내 통신사와 직접 이용계약을 맺지 않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해외 사업자에게 규제가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실장은 가이드라인을 넘어선 법 제정을 주문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가이드라인으로 해외 사업자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망 이용료 문제는 특정 해외 사업자때문에 불거졌는데 오히려 가이드라인으로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역차별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