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담화 美시간에 맞춰 발표…신속한 전달과 압박에 무게

▲ 북미 '말폭탄' 대응 (PG).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대미 경고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북한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5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필요시 대북 군사력 사용'과 '로켓맨' 발언에 대해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향후 '말폭탄' 대응을 경고했다.

이 같이 북한은 일방적으로 밝힌 연말시한을 한 달도 안 남기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고위당국자들의 연일 대미 경고 메시지를 내보냈다.

앞서 4일에는 군 서열 2위 박정천 총참모장이 "신속한 상응 행동"을 언급하며 "미국에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고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들 담화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을 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관영매체에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는 연말 목전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한층 더 압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정세의 유동성과 대화의 여지 등을 고려한 행보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가 확실하지 않아 여지를 남겼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발언은 대부분 북한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시사하고 북미 간 거친 설전을 담고 있었지만, 북한이 이를 공개하지 않아 일반 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주민들에게 미국의 제재 압박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을 매일같이 외치는 만큼 대미 비난전을 공개해 분위기를 더욱 띄울만한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반도의 정세 변화 이전까지만 해도 대미 비난성 담화를 공개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것과도 비교된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연말 시한을 앞두고 더욱 거세지는 대미 경고성 발언이 순수 대외용, 즉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임을 말해준다.

특히 북한이 당국자들의 미국 관련 발표가 미국의 오전 시간대에 맞추거나 밤 시간대를 피하고 있는 것도 이런 미국 측에 자신들의 의도를 신속히 전하고자하는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박 총참모장과 최 제1부상의 맞대응 경고 담화는 4일과 5일 모두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시각 오전 8시인 한국 시각 밤 10시께 맞춰 발표됐다.

또 지난달 14일 김명길 수석대표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협상 제안 사실을 공개하며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한 담화도, 이후 약 1시간 40분 뒤에 나온 김영철 위원장의 한미훈련축소 관련 담화 역시 한국시간 오후 9시 20분께와 오후 11시께로 미 동부시각 기준 오전에 맞춰 나왔다.

이는 북한의 릴레이 담화가 미국에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피력하면서 실질적인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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