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자서전을 남기고 떠난 고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한국 경제사에 별이 됐다. 그의 이름처럼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도전은 결국 허공으로 사라진 채 임직원은 물론 나라에 큰 근심을 남긴 그야말로 대우(大憂)그룹이었다.

분식회계와 베끼기로 쌓았던 대우그룹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IMF)라는 치욕스러운 시절에 여지없이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보여준 채 사라졌다.

대우증권, 대우건설, 대우전자, 대우자동차, 대우조선소 등 41개의 계열사와 396개 국외 지사들이 분식회계와 기술 베끼기로 세워진 대우 왕국이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허위로 조작된 분식회계와 자체 기술 개발 없이 사 온 기술로 짜깁기한 짝퉁이었다.

한국의 기업 흥망사에서 보듯 자체 기술이 없는 베끼기와 분식회계는 외부 충격에 한 방에 갈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대한민국의 명문 코스 출신으로 만 30세에 자본금 500만원, 직원 5명으로 10평 남짓한 조그만 사무실에서 출발한 시작은 여느 재벌 창업자와 다르지 않았다. 30여 년 만에 계열사 41개, 해외법인 396개, 임직원만도 30만명이 넘는 자산규모 2위의 그룹으로 성장했지만, IMF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1998년 당시 자산규모 순위 1위 현대그룹을 따라잡을 정도로 판을 벌였던 대우그룹이었지만 자신과 가족 외 모두에게 깊은 좌절의 신화를 남겼다.

이렇게 사업을 벌여 판을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을 한국 경제사에 쓰고 갔다.

공격적 차입경영에다 수십조원의 분식회계, 10조원가량의 사기대출 등으로 세웠던 큰 울타리 안의 30만여명의 임직원들은 그 혹독한 IMF의 한파 속에 내몰렸다.

정경유착, 분식회계, 기술 베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로 둔갑한 자서전은 그래서 낯설게 느껴진다.

김우중 회장은 도피처인 베트남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청년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는 'GYBM'(Global Young Business Manager·글로벌 청년 사업가 양성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고 한다.

여전히 '세계는 넓고 할 일이 많다'는 전도사처럼 자신의 몰락이 믿기지 않는 꿈을 꾸고 있었던 듯하다. 한때 '세계경영 신화'로 추앙받던 김우중 회장이 그렸던 꿈을 후세 젊은이들에게 심고 싶었을 것이다.

그가 창업 30년만에 보여준 불굴의 도전정신이 기업가 정신으로 추앙받았던 만큼 기업과 국민에게 충격파를 남기고 갔다.

흥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그 흥망의 뒤끝은 아름다워야 한다.

한국의 재벌 흥망사에서 재벌은 망했어도 가족은 호의호식하는 뒤끝만 남겼다. 이 같은 뒤끝 기업사는 김우중 회장을 끝으로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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