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복귀 후 AI 인재 영입·연구센터 확충 기술력 확보 박차
"연간 5억개 생산 단말기 바탕 'AI 플랫폼' 선두 주자 도약 기대"
삼성전기, AI기술 홟용 MLCC 양산 불량률 ↓…삼성SDS, AI·클&

▲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전자제품전시회 'CES 2019'에서 삼성전자 전시관에 들른 관람객들이 '삼성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해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경기가 크게 후퇴한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로 더욱 위축됐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IT 강국을 넘어 AI(인공지능) 강국으로'란 비전 아래 '오는 2030년 디지털 경쟁력 세계 3위, 삶의 질 순위 세계 10위를 도모한다'는 야심찬 'AI 국가 전략'을 내놨다. 기업들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조직과 인력을 AI 활용에 최적화하도록 전환하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의 AI 추진 전략과 현황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요 위축과 가격 급락으로 사상 최대 성과를 거뒀던 지난해에 견줘 큰 폭의 실적 하락을 경험하며 반도체 편중의 심각성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AI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당초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IT기업에 비해 AI 추진의 시동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후 첫 해외출장 일정으로 유럽과 북미 등을 순회하며 글로벌 석학들과 만나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의 변화상과 미래 기술에 대한 의견을 나눈 이후 AI를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나가고 있다.

◇미국·영국·캐나다 등 5개국 7개 연구거점센터…경쟁력 확보 박차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AI와 5세대(5G) 이동통신,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약 25조원을 투자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지난 2017년 11월 출범한 미래사업 발굴조직인 삼성리서치 산하에 AI센터를 신설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와 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 5개국에 7개 AI연구거점센터를 설립해 세계적 AI 석학, 연구소와의 협업 속에 AI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연구센터가 AI 전략을 총괄하는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는 AI 인터랙션(상호작용) ▲영국 케임브리지는 데이터 인텔리전스와 AI 기반 감정인식 연구 ▲캐나다 토론토는 시각이해 ▲러시아 모스크바는 머신러닝(기계학습) 플랫폼 ▲미국 뉴욕은 AI 로보틱스 ▲캐나다 몬트리올은 머신러닝, 음성인식을 중점 연구하는 식으로 분야별로 역할분담을 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명한 AI 석학도 대거 영입했다. 대표적으로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삼성전자와 함께 몬트리올 AI연구소에서 영상·음성 인식, 자율주행 등 AI 알고리즘을 공동 개발 중이다. 세바스찬 승(한국명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해 삼성리서치에 최고연구과학자(CRS)로 선임돼 삼성의 AI 전략 수립과 선행연구 자문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얀 르쿤 뉴욕대 교수, 리차드 제멜 토론토대 교수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그밖에 다니엘 리 코넬테크 교수, 위구연 미국 하버드대 교수, 앤드류 블레이크 박사, 마야 팬틱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등도 합류했다.

◇요슈아 벤지오 등 글로벌 AI석학 대거 영입…내년까지 개발인력 1000명 확대

삼성전자는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내년까지 1000명 이상(국내 약 600명·해외 약 4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구미전자공고, 부산기계공고, 전북기계공고 등 국립공고 3곳에서 박사급 연구원이 진행하는 AI 수업을 개설해 AI 특화인재를 고교에서부터 육성할 예정이다.

또 지난달 4∼5일 이틀간 AI 분야의 세계적으로 저명한 석학들을 초청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는 '삼성 AI 포럼 2019'를 개최해 관련 분야 전문가와 개발자들 뿐만 아니라 학생, 일반인들까지 AI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제고시켰다.

이 자리에서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는 '딥러닝에 의한 조합적 세계 이해'란 주제로 어린아이가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해 가는 것과 같이 '메타 러닝'과 강화 학습 등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딥러닝 분야 핵심 기술들을 제안했다.

그밖에 컴퓨터 비전 분야 전문가인 트레버 대럴 미국 UC버클리대 교수는 '자율형 시스템을 위한 딥러닝 기반 적응 및 설명'을, 조경현 뉴욕대 교수는 '신경망 기반 문장 생성을 위한 3가지 방안'을, 노아 스미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압히나브 굽타 카네기멜런대 교수는 '자연어 처리 순환신경망과 대규모 자기시각 학습방법' 등을 소개했다.

◇'삼성 AI 포럼 2019', 석학 초청 강연 통해 최신 기술 공유·일반인 이해 증진

이 행사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IT·모바일(IM)사업부문장(사장)은 "지금까지 삼성전자는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도전 정신으로 기술혁신을 주도해왔고 AI 분야에서도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 기업이 될 것"이라며 "기존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범용인공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AGI는 '완전 AI'라고도 불리는 기술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어떠한 지적인 업무도 해낼 수 있는 AI 연구의 최대 목표를 말한다.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이 부회장은 AI 사업 관련 활동을 직접 챙기고 있다. 지난해 11월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AI, 5G,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핵심 사업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지난 7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AI 사업과 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또 삼성 AI 포럼 2019에 참석한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 등과 만나 삼성전자의 AI 전략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최근 방한한 스웨덴 최대 기업인 발렌베리그룹의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과 만나 5G, AI, 제약 등 양사간 폭넓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AI세탁기·건조기 등 IoT 통해 '스마트 홈' 구축

삼성전자 제품에 AI 기술 도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첫 AI 스피커 '갤럭시 홈 미니'를 공개했다. 갤럭시 홈 미니는 삼성전자 개방형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 싱스'로 각종 센서와 IoT 디바이스 연동을 지원한다. 원격으로 가전을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생활패턴 맞춤형 자동화 설정이 가능하다.

갤럭시 홈 미니는 내년 2월 스마트홈을 구성하는 다양한 IoT 제품과 함께 정식 출시를 할 전망인 가운데 건설사 또는 신규 사옥을 건립하는 기업 등을 대상으로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신축 건물 모델하우스와 가구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전시회 등에 갤럭시 홈 미니를 비치하고 체험 기회를 제공 중이다. 경기도 산후조리원에는 갤럭시 홈 미니를 활용, 각 방마다 음성으로 TV와 조명 제어가 가능한 시스템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내년에는 세탁물을 스스로 판단, 세제를 투입하거나 세탁 및 건조 코스까지 알아서 작동하는 AI 탑재 세탁기·건조기 출시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글로벌 IT업체들이 AI 음성비서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할 때 삼성은 IoT 기술로 기기 간 '연결성'을 높이는 인프라 구축에 노력한 점을 자사의 강점으로 자부하고 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사업부문장(사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매년 5억대 전자기기를 파는 유일한 회사"라며 "AI 음성인식 비서인 '빅스비'가 세계적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김 사장은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북미 최대 전자제품전시회인 'CES 2020'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AI, IoT, 5G 등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을 혁신하겠다는 삼성전자의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가 CES 기조연설에 나서는 것은 2016년 홍원표 삼성SDS 사장 이후 4년 만이다.

◇삼성전기, 'MLCC 외관선별기'에 AI 적용…불량품 검출 정확도↑, 비용 절감

삼성전자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전자기기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 삼성전기도 AI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11일 수원 사업장에서 '제1회AI-데이'를 개최하고 MLCC 생산 라인에 AI 기술을 도입해 양산 과정에서 불량품을 최소화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전기는 제품 생산 후 품질을 검사하는 'MLCC 외관선별기'에 AI를 적용했다. 기존 영상처리 기법 방식은 미세 흠집이 발생한 불량품 선별에 제약이 있었지만 AI 기반 MLCC 외관선별기는 과거 선별했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불량품 검출 정확도를 높였고 재검사율도 개선했다.

삼성전기는 새로운 외관선별기를 소개하면서 제품생산 전 과정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생산관리시스템(MES) 3.0'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이 플랫폼으로 제품 개발, 제조, 물류 등 고객에게 납품되는 전 과정에 AI를 적용한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각 사업부에서 엔지니어 33명을 선발해 9개월간 AI 개발 전문가 교육을 통해 기술을 익혔다. 이들은 검사, 품질, 설비, 설계, 물류 등 AI 5대 분야에서 20개 과제를 진행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삼성전기의 제품 양산 수율, 개발 기간 단축 등으로 이어져 4년간 약 1041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S, 'AI·클라우드 퍼스트' 선언…AI와 클라우드 연계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

삼성SDS는 AI와 클라우드의 적극적인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달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사옥에서 소프트웨어(SW)개발자, 연구원, 대학생 및 석·박사 등 1200여명을 초청해 연례 개발자 행사 '테크토닉 2019'를 개최하고 'AI·클라우드 퍼스트'를 선언했다. 삼성SDS는 특히 아마존·구글에서 클라우드 핵심 기술을 만들던 고급 개발자를 영입하는 등 클라우드·보안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윤심 삼성SDS CTO(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는 기조연설 '삼성SDS 이노베이션 프레임워크'를 통해 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 분석, 보안 등 고객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삼성SDS의 5대 기술 개발 현황과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삼성SDS가 추진하는 AI 전략의 핵심은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분석 시간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AI 개발 가속화 기술'이다. 권영준 삼성SDS AI연구팀장(상무)은 "삼성SDS가 자체 개발한 AI 개발 가속화 기술은 AI에 데이터를 제공하기 앞서 진행하는 라벨링(분류)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크게 줄여준다"며 "데이터 속성에 맞는 인공신경망 모델을 자동 추천함으로써 AI 실행에 필요한 컴퓨터 인프라(GPU, 메모리 등)를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활용한 수화 번역의 사례를 들며 "수화 번역 AI를 활용하면 일반인이 수화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라별로 다른 수화도 번역할 수 있어 청각장애인의 대외 활동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AI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SDS는 행사 기조연설에 영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백동훈 클라우드기술담당 임원(상무)을 전면에 내세웠다. 백 상무는 UC버클리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와튼스쿨에서 MBA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 시애틀, 실리콘밸리 등에서 23년 이상 개발자로 근무했다. 2012년 아마존에 금융·결제 SW개발 매니저로 입사했고 2014년부터 구글 클라우드 프로덕트 매니저를 맡아 '쿠버네티스' 엔진 운영과 데이터센터 관리를 맡았다. 쿠버네티스는 클라우드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오픈소스 컨테이너 관리 자동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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