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피해 보상·노동자 작업환경 개선·산업안전정책 위축 우려"
신창현 의원, "4월 총선 뒤 재개정 추진…국민 '알 권리'·생명건강권 보장"

▲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신창현 의원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다음달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 법률이 기업의 기술 보호를 앞세워 산업재해 피해자의 피해보상, 노동자의 작업 환경 개선,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공공 산업 안전 정책 추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신창현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공동으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산업기술보호법의 의미와 문제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8월 개정돼 다음달 21일 시행 예정인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국가기관 등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정보 비공개' 조항(제9조의2)을 신설했다. 또 신설조항에는 산업기술(신기술)을 포함한 정보를 말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반도체·전자 산업, 바이오, 건설, 조선, 화학산업 등 33개 분야, 3000개에 달하는 기술과 제품이 포함돼 있어 산업부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면 원칙적으로 어떤 정보든 공개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날 임자운 변호사(법률사무소 지담)는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핵심기술 관련성'만 인정되면 설령 기업의 영업비밀과 무관하고 그 정보를 은폐함으로 인해 사람의 생명·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비공개된다"며 "특히 이번에 신설된 제8호는 '제공받은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공개하면 처벌되도록 해 정보공개 청구절차나 산재 소송 절차 등 적법한 경로를 통해 사업장의 유해성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더라도 그 유해성을 폭로할 수 없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34조 비밀유지의무 대상인 '직무상 알게 된 비밀',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의 해석범위가 모호하다"며 "문제 사업장에 공익적인 문제제기를 하면 이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기술보호법 제9조의2는 산업부에 비밀지정결정권한을 부여한 가운데 이의를 제기할 방법이 없다"며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알 권리'가 자의적인 행정권에 의해 재단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최상준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교수는 "산업기술보호법 신설조항으로 인해 암, 생식독성과 같은 만성질환 피해자의 산재보상을 위해 직업 관련성 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자료 접근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사업장에 대한 각종 보건·안전 관련 조사를 위해 필요한 정보제공이 제한되면서 국가 차원의 산업 안전 정책 수립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종철 정의당 정책위원회 연구위원은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노골적으로 '삼성피해자 소송을 방해한다'는 내용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공익적 외피를 쓰고 입법화돼 적극적인 감시와 문제제기를 무력화했다"며 "이번처럼 독소조항이 은닉된 채로 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 상임위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의 역할을 조정하고 그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 특히 법안 심의를 하는 상임위 소위원회도 언론접근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확대해야 하고 시민사회단체와 정당간 정보 공유 및 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신창현 의원은 "오늘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포함해 발의된 재개정안을 4월 총선이 끝나고 난 뒤 6월 21대 국회가 개회하기 전에 임시국회를 열어서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라며 "국민의 알권리와 노동자 생명·건강권을 지키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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