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금고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요 기업에 투자하고도 연말이면 돌아오는 투자 잉여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데가 수두룩한 것으로 보도됐다.

셀트리온 등 313개 회사 중 순수익이 수천억 원에다 이익잉여금이 수조 원인데도 정작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에는 한 푼도 배당하지 않은 것이다.

투자회사가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거나 성장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더 투자해야 할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당연히 주총시즌에는 주주인 투자자들에게 이익잉여금 중 일부는 나누는 것이 자본시장의 기본이다.

주주 배당금을 현금으로 하든 주식으로 하든 어떤 형태로든 주주에 대한 한 해 재무제표 공개와 함께 투자배당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19세 이상 누구나가 부담해서 쌓아놓은 국민의 금고이다. 그 금고 자금을 국내 313개 상장기업에 투자해서 기업들의 혈액순환을 돕고 있는 든든한 우군이다.

국민연금이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중 초우량 기업이나 미래 성장기업에 투자한 기업은 313개사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 중 26개사는 지난해 순이익이 수천억 원대를 냈지만, 주주 배당은 ‘0’이었고, 41개사는 쥐꼬리 배당에 그쳤다.

국민연금을 봉으로 여기지 않고서는 이 같은 행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주식시장에서 투자 시 고려하는 사항 중 우선순위에 주요 주주가 누구인지를 살핀다. 정체불명의 주주인지 외국인 지분이 많은지 등등의 지분 분포도에 따라 그 기업의 미래가치를 가늠할 수가 있다.

800조 원이 넘는 국민연금이 지분 투자자로 돼 있는 상장기업이라면 안전한 투자처라는 신뢰를 주기 때문에 해당 기업들은 투자유치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등 다목적으로 활용한다. 그만큼 국민연금이 함께 한다는 신뢰도는 해당 기업에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313개 상장사 중 67개사(21.4%)의 2018사업연도 배당성향이 10% 미만이거나 배당금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특히 이들 67개사 중 26개사는 2018사업연도에 순이익을 냈지만,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중 셀트리온(국민연금 지분율 8.11%)은 2018사업연도 지배주주 순이익이 2천618억 원, 이익잉여금이 1조7천18억 원이나 쌓아놓고도 주주들에게 배당금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뿐만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국민연금 지분율 6.14%)와 팬오션(국민연금 지분율 5.81%)도 각각 2천464억 원, 1천524억 원의 지배주주 순이익을 냈는데도 배당은 없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용어인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은 지배주주 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로,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얼마나 돌려주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또 41개사는 배당성향이 국내 상장사 평균의 절반 미만인 10%에도 못 미쳤다.

SK하이닉스(국민연금 지분율 10.24%)는 지배주주 순이익 15조5천401억 원의 6.60%인 1조260억 원, 효성(국민연금 지분율 10.00%)의 지배주주 순이익 3조3천578억 원의 3.03%에 배당성향에 그쳤다.

HDC(국민연금 지분율 10.87%)의 경우 지배주주 순이익 9천171억 원에 배당금은 86억 원으로 배당성향이 0.94%에 머물렀다.

이는 2018년 기준 평균 배당성향 유가증권시장(코스피) 23.68%, 코스닥 시장 37.04%에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이다.

국민연금이 운영하는 기금은 국민이 미래 노후를 위한 마중물 격이고 초고령화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의 금고라는 점에서 이런 기업들에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해야 한다.

투자의 기본은 수익이 목표이다.

수천억 원의 순이익과 수조 원대의 이익잉여금은 쌓아놓고도 투자자들에게 배당은 쥐꼬리 식으로 하는 얌체 기업에는 국민의 금고를 맡겨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