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무료 공공 인터넷 망은 극히 드물게 공약이나 정책이 시대의 흐름을 한 발 앞서 나간 케이스다.

더군다나 기존 이동통신의 패러다임을 놓고 더 열린 시장으로 접근할 이유를 제시해 주고 있다.

무료 공공 와이파이 공약이 통신의 국유화가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고, 이동통신사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지만, 무료 인공위성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 무료 통신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된다.

물질문화의 변화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비물질문화 간의 간격을 문화지체라고 한다. 이런 지체 현상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체계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술과 법체계의 간극은 문화지체의 대표적인 예다. 대부분의 경우, 법안이나 정책은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한다.

수소/전기자동차, 가솔린/디젤엔진 자동차, LPG/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에너지원은 여러 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전적으로 배기량에 의존한다.

1000cc 이하는 cc당 80원, 1001cc~1600cc 차량은 cc당 140원, 1600cc 초과 차량은 cc당 200원을 배기량에 곱한 금액과 이 금액에 지방교육세 30%를 계산해서 합한 금액이 자동차세다.

현재 2000cc 차량의 경우 50만원 내외, 1600cc 차량의 경우 30만원 남짓한 자동차세를 내고 있으며, 배기량의 기준이 없는 친환경 전기차의 경우 10만원 초반대의 자동차세를 내고 있다.

석사 때부터 최초의 프로 레이싱팀인 금호 솔렉스의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재일교포 선배에게 가장 좋아하는 차를 물었을 때 답해준 차량이 마쓰다의 RX-7 이었다.

“상하 왕복운동 하는 피스톤이 없는 로터리 엔진이라 2만 RPM으로 돌려도 피스톤이 엔진 헤드를 뚫고 올라오는 일은 절대로 없지. 더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1300cc 세금만 내면 되거든.”

로터리 엔진은 땅콩모양 실린더 안을 삼각형 로터가 돌면서 흡기-압축-폭발-배기가 동시에 일어나는 엔진이어서 실린더 내의 용적은 1300cc이지만 실제로는 3900cc에 상당하는 연료를 소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령은 피스톤의 왕복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엔진의 실질 연료 소모량의 3분의 1에 불과한 자동차세를 내게 된 것이다.

작은 용적으로 기존 엔진의 3배나 되는 연소가 가능하므로 연비가 잘 나오는 회전수에 고정되어 돌아가는 작은 로터리 엔진은 2012년 로터리엔진 자동차가 단종된 이후에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발전용 엔진(Range Extender)으로 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살펴보면 국가 별로 법안의 문화지체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고, 심지어 기술의 발전 방향까지 잡아보고자 노력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미국은 자동차의 무게와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주별 세금을 부과하고 있고, 일본은 배기량을 세분하여 누진율을 적용하면서 친환경 차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EU는 친환경 차량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는 것으로 저공해 차량의 소비와 개발을 권장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미국의 스페이스X사는 세 번째 스타링크 인공위성들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180개의 무료 와이파이 인공위성들이 지구 궤도 위에 안착했다. 스페이스X사는 앞으로 2주에 60개씩 스타링크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향후 7년 간 4만2000개의 위성으로 1Gbps 초고속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감당하게 된다.

2016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에 신고한 스타링크 위성의 수는 4천여 개였는데, 통신의 효율성을 높이고 추후 폐기처리에 용이하도록 위성의 높이를 낮추면서 위성의 수가 10배 늘어났다.

올해 700개의 위성이 발사되고 난 시점에서 미국 지역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천체 관측을 좋아하는데, 첫 스타링크 발사 이후 수 시간 이상의 노출을 필요로 하는 천체 관측 사진을 길 다란 줄무늬로 망쳐버리는 스타링크 위성군에 대한 많은 보고가 있었다.

스페이스X 측은 지상으로 향한 면을 어둡게 처리해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런 인공위성 기반 무료 인터넷서비스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기업은 스페이스X 외에도 원웹, 아마존 등이 있다.

이들의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느 컴퓨터에서나 자동으로 방향이 조절되는 위성통신 셋톱박스를 설치하고 무제한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셋톱박스의 단가는 현재 1천불 내외지만, 대량 생산을 통해 300 ~ 400불 정도의 가격에 공급될 것이라고 한다.

위성통신용 안테나의 필요성 때문에 휴대전화 시장을 직접 공략하지는 못하겠지만, 무료로 사용 가능한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와이파이폰이 등장하여 극도로 짧은 지연시간 (Low Latency)을 특징으로 하는 5G 이후 세대 통신 시장의 상당부분이 잠식될 것임에 틀림없다. 굳이 빠른 통신 속도를 필요로 하는 통신 서비스 시장의 크기는 제한적이다.

그 때가 되면 암호설정이 되어 있지 않은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반 지하 셋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영화 기생충의 장면은 재미난 영화 속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실내의 고정된 컴퓨터에서 무료 인공위성 와이파이 이용이 가능해지면 와이파이만으로 휴대전화의 모든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외에서의 무료 공공 와이파이 망이다.

그렇게 되면 적절한 수준의 동영상과 각종 인터넷 콘텐츠를 어디서든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게 되고 덤으로 통화도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된다. 국제전화는 메신저 기반 통화로 대체될 테니, “옛날엔 전화하려면 국가번호를 쳐야 했대. 심지어 요금도 비쌌대.”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동통신사는 무료화 될 시장을 붙들고 걱정하고 있기보다 다른 나라보다 빨리 무료 인터넷 상황에 적응해서 자율주행이나 확장된 IoT 시장과의 새로운 연계 서비스로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미래를 위한 선택이다.

안드로이드나 ios 등 OS의 지배력이 약해지고 웹브라우저 기반에서 모든 모바일 환경이 지원되는 값싼 모바일 기기로 변모될 가능성도 감안해야 한다.

가정 마다 수십만 원의 통신비를 지출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먹고 입는 것만이 민생이니 민생과 관련된 정책을 내놓으라고만 할 수는 없다. 통신 또한 먹고 입는 것처럼 민생 현안이다.

앞으로 제시될 정치권의 공약은 기존의 문제해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열린 산업사회의 기폭제가 될 정책은 어떤 것일까 고민한 흔적이 있는 것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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