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 가격 외에 다른 식품 가격 올릴 가능성 있어
CJ, 투자 실패에 비상경영 선포까지 악재 겪어

▲ CJ제일제당 본사건물. 사진=연합

[일간투데이 신용수 기자] CJ제일제당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장기화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대표적인 집 반찬 메뉴인 햄 가격을 올린 가운데 최근 CJ그룹의 투자 실패와 비상경영 선포 등 난국 해결을 위한 가격 인상이라는 불편한 시선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일 "글로벌 아프리카돼지열병 장기화로 수입 원료육 가격 상승세가 지속돼 20% 이상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소비자 부담과 물가 영향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하고 시점도 설 연휴 이후로 늦췄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 시기는 다음달 13일부터이며, 냉장햄 가격 인상은 2014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냉장햄에 사용되는 미국산 앞다리 살과 베이컨의 주 원료인 유럽산 삼겹살 시세는 2015년과 비교해 각각 25%와 42% 상승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이 사육두수 급감으로 수입량을 늘리면서 세계 돼지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CJ가 햄 뿐만 아니라 다른 식품 가격까지도 올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모기업인 CJ그룹이 최근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부동산 매각과 조직개편, 인력감축 등 자구책을 총동원하는 등 어려운 국면에 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근거다.

CJ그룹은 최근 2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펴면서 그룹 채무가 급증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2017년 브라질 사료업체 셀렉타를 3600억원에, 2018년에 미국의 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를 2조원에 잇따라 인수했다.

이 때문에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이 7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3분기에는 9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불과 4년 만에 차입금이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의 식품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6년 7.6%에서 올해는 5%를 밑도는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슈완스컴퍼니의 미국 내 생산·유통 거점을 활용해 CJ제일제당과 시너지를 꾀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CJ그룹은 최근에 서울 가양동 부지와 구로공장 부지, CJ인재원까지 매각하며 1조13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그룹 재무구조 개선에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동시에 유통업계 선두인 CJ가 일부 식품 가격을 올릴 경우 다른 업체들이 덩달아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식품업계는 연말 혹은 연초에 제품 가격을 꾸준히 올리는 일을 연례행사처럼 벌이고 있다. 최근에도 한국맥도날드가 20일부터 빅맥 세트 등 8종의 가격을 100~300원씩 인상한다고 밝혔고 롯데리아, 버거킹, KFC 등도 연달아 가격을 인상했다.

지난해 3월에도 CJ제일제당이 연초에 고추장과 된장, 액젓, 조미료 등 비슷한 품목을 가격인상하며 포문을 열자 2위인 대상도 따라서 가격을 올렸다.

이렇듯 선두 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후발 주자들이 따라서 가격을 올리는 일종의 '눈치 싸움'은 업계에서는 일상적이다.

다만 CJ제일제당 측은 지금 당장은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가격인상에 따른 소비자 반발이 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J제일제당측은 "당장 햄 가격 이외에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라며 "별다른 가격 변동 요인이 있지 않은 한 햄을 제외한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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