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자정 노력과 올바른 정보 취득 노력 요구

▲ 지난 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자보호를 강조하는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전년 DLF사태로 감독당국의 강력한 지도와 함께 스스로 투자자보호를 천명했던 금융투자회사들이 연초부터 쏟아지는 평판리스크에 머쓱해지고 있다. 확대 일로에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판매사에 대한 소송전으로 번지는 가운데 선행매매 이슈에 휩싸인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구속되는 등 주가지수 회복으로 기대감이 커지는 증권업계에 투자자보호 이슈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독당국은 올해 종합검사의 횟수와 강도를 높일 것을 예고하고 나섰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년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129건을 조사한 결과 이중 75건을 검찰에 고발 및 통보하고 21건은 행정조치했다. 비교적 단순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사건은 소폭 감소한 가운데,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부정거래 사건 비중이 증가해 관련 행위가 점차 지능화, 복잡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역별로 살펴보면, 부정거래가 24건(18.6%)으로 가장 빈도가 높은 가운데, 미공개정보 이용이 23건(17.8%), 시세조종이 21건(16.3%)를 차지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은 ICT의 발달 등으로 적발이 용이해져 소폭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나 무자본 M&A 및 회계부정을 이용한 복합 불공정거래는 늘어난 것으로, 이는 감독당국이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집중 단속한 것도 통계 변화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세조종 행위 적발이 줄어든 것과는 상관없이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 연말 수사가 이뤄진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선행매매와 관련해 남부지청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20일 당사자를 구속하고 공범을 불구속기소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결과를 내놔 해당 업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등 자정기능을 유도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올해도 작년에 이어 상장법인 경영진의 시장규율 침해행위 근절에 나서는 한편 다가오는 총선과 관련해 SNS, 블로그, 커뮤니티 등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로 정치테마주를 악용한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헤지펀드 활성화에 따른 증권사 PBS업무 관련 불법행위도 집중 조사 대상이다.

앞서 20일 금감원은 올해 종합검사 횟수를 전년보다 2회 늘어난 17회 실시할 것을 발표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DLF, 해외부동산, 헤지펀드 등 고위험 상품에 대한 영업 전 과정에서 투자자보호와 내부통제가 제대로 되는지 면밀히 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투자자에게 낯설은 신종 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 판매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업계 분위기를 바꾸고자 금융투자회사들도 자정활동에 나서고 있다. 자기자본 기준 1등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7일 최현만 수석부회장과 주요 임직원 등 160여명이 모여 금융소비자보호 헌장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선포된 헌장의 주요 내용은 명확하고 진실한 설명 제공, 금융소비자의 자산 안전 보호, 불합리한 관행 개선과 적극적 피해구제, 제반 법규 준수 철저,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와 실천 등이다. 선포식에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연말 금융소비자보호 총괄 책임자(CCO)를 선임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한 바 있다.

작년 신년사에서 과정가치를 강조해 선제적 투자자보호로 눈길을 끌었던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은 지난 10일 주요 임원 및 부점장이 모인 리더스 컨퍼런스에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고 그것의 다른 의미는 곧 고객”이라며 “과정가치를 시행하면서 합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으로 회사를 이끌자”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리테일마케팅 본부장은 “금융투자업계가 경제지표들의 답보상태로 주식시장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상품과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늘렸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넓어짐과 동시에 올바른 정보를 판별해내야 하는 부담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일일이 현미경을 들이대면 산업이 위축되고, 감독행위를 게을리하면 투자자보호가 안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감독 당국이 나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기 전에 업계에서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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