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매매 수용 변동성 확대…리스크관리 숙제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제공=한국거래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한국거래소가 2020년 사업계획을 발표하며 미래 성장유망 기업에 대한 상장 요건을 완화하고 알고리즘 매매 수용을 통한 시장활력 제고 방안을 내놨다. 발행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알고리즘 매매 확대라는 글로벌 추세를 따른다는 입장이다. 다만 재무적인 기준 완화가 자칫 부실기업 상장 증가로 이어질 수 있고 알고리즘 매매 확대까지 이어지면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자보호를 위한 리스크관리 방안이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한국거래소는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주요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임재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거래소는 시장 인프라 개선을 통한 시장 활력 제고, 신상품 확대를 통한 시장 매력도 증진, 투자자보호 강화를 통한 이용자 중심 시장 구현 등을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시장 활력 제고를 위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차세대기업 상장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과거 재무성과 중심의 진입제도를 미래성장성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예고했다. 상장을 위한 기초 요건인 매출액과 자기자본, 영업활동 기간 등에 대한 조건을 완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거래소가 지목한 미래성장 유망 기업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5G 등 4차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新인프라산업, 헬스케어와 청정에너지 등이다. 이들 산업의 특성은 초기에 대량의 자본투입이 필요해 거래소가 요구하는 상장 요건을 맞추기 어려운 만큼 미래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주어 그 문턱을 낮춰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재준 부이사장은 “우리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큰 방향은 적자가 나는 기업이라도 미래성장성이 있으면 받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다만 “코스닥과 코스피의 차별적 특성 마련을 위해 코스닥시장본부와 충분히 협의를 거쳐 구제적인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덧붙여 향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거래소는 선진 시장에 보다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알고리즘 매매를 수용해 시장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거래비용 효율화와 가격발견기능 제고를 꾀할 것을 예고했다. 알고리즘매매란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짜여진 알고리즘에 따라 주문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거래로 대량의 매매가 짧은 시간에 빠르고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어 시장 변동성을 키울 개연성이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IT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투자전략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거래비용 절감 수요가 있어 알고리즘 매매가 확대될 것”이라며 “대규모 착오, 시스템 오류, 불공정 시세조작행위 등 시장 거래 안정성을 해칠 위험 방지를 위한 리스크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거래소는 전년 7월 메릴린치가 알고리즘 거래로 대규모 허수주문을 내 시세조작행위를 벌인 것에 대해 제재금을 부과하는 등 ICT 기술에 기반한 지능적 거래행위 방지책을 고심해왔다. 글로벌 추세를 거스르기 보단 거래당사자의 사전 등록 강화 등 선제적 리스크관리를 벌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거래소의 이러한 방향성에 대해 여의도에서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반응이 나왔다. 한 증권사 IPO담당 임원은 “테슬라와 같은 기업이 나오기 위해 초기부터 재무적 기준을 들이미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민은 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특례상장 등을 통해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 방법이 열려있고 기본 상장요건이 그리 과한 것인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강남권 WM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PB는 “고객들이 투자할 기업이 부족해서 투자를 못하는게 아니라 기업들의 근본적인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상황에서 상장 문턱을 낮추는게 얼마나 유의미한지 모르겠다”며 “어떤 기준이 제시될 지 지켜봐야겠지만 정부 기조에 맞추기 위한 무리한 방향 선회로 투자자보호 리스크만 키우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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