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요구한 안철수, 거절한 손학규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손학규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신형수 기자] 안철수 전 대표의 지도부 교체 요구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8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이로써 결국 손 대표와 안 전 대표가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의원이 대표실로 오겠다고 하더니 사퇴를 통보했다"면서 마치 오너가 CEO에게 최후통첩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손 대표는 "안 전 의원이 처음부터 당의 미래를 같이 논의할 생각이 없었다. 당 대표를 내쫓으려할뿐 비대위원장을 맡는 이유에 대한 설명없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전날 오후 3시 국회에서 손 대표와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손 대표에게 퇴진을 요구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자신이 비대위원장에 앉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로부터 지도부 교체 요구를 받은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손 대표가 공식적으로 거절하면서 결국 두 사람은 결별 수순을 밟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들과 오찬을 가졌다. 안 전 대표는 오찬 직후 기자들에게 "1년 반 만에 뵙고 그간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회동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여러 가지 보람됐던 일들도 있었고 어려웠던 일도 함께 나누는 좋은 시간이었다"며 "당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솔하게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당권파 의원들은 안 전 대표에게 비대위원장 자리에 앉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승용 의원은 이날 회동 후 기자들에게 "저를 비롯해서 김동철 의원 등이 '제 2의 유승민 당이 만들어지는 건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라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비례대표 문제가 있고 그런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당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당권파 역시 손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극단적인 상황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왼쪽 두번째)가 28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오찬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손 대표의 입장이 나온 이후 당권파가 어떤 행동을 취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날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비대위 체제 전환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이들 당권파의 향방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안철수계 상당수는 탈당을 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권파들도 만약 탈당을 결행한다면 바른미래당은 손학규라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안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신당 창당을 예측하고 있다.

이미 껍데기만 남은 바른미래당에 있을 것이 아니라 신당 창당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안 전 대표가 귀국 후 곧바로 바른미래당을 찾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 것도 신당 창당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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