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 우려에 위험자산 투자 확대

▲ 연기금들이 수익률 개선을 위해 해외로 나가 주식, 채권, 대체투자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전경(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국민연금을 위시한 주요 연기금들이 작년 한해 뛰어난 운용수익을 과시한 가운데 그 원인이 변동성이 커지는 장에서 주식투자 비중을 키운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 주식투자 비중 확대가 수익률 제고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작년 한해 기금운용으로 11%의 수익률, 금액으론 70조원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측은 “이 수치가 확정치가 아니라 대체투자(AI)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결과 및 환율 평가시점 등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수치는 2월말 공시 예정이다.

어쨌든 직전년도에 마이너스 수익률(-0.92%)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우수한 수익률을 보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18년도 수익률도 항상 비교되는 주요국 연기금들이 마이너스 5% 전후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비교하면 나쁜 수익률은 아니었다.

국민연금의 기금이 700조를 넘어 1000조원 시대를 향해 가면서 투자자산의 다양화와 글로벌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와 노르웨이의 국부펀드(GPF)에 이어 적립금 규모 3위의 국민연금이 국내 자산에 대한 비중을 줄여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성 저하에 따른 투자자산으로서의 매력 감소는 물론, 2018년 7월 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도입에 따라 강력한 주주권 행사에 따른 잡음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2018년 말에 만들어져 이제 갓 1년여가 지난 현재, 아직은 실질적인 주주권 행사가 미약하다는 의견과 더불어 벌써부터 이들의 경영간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기업들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지분 현황을 조사해 전년 말 발표한 결과,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사 716곳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이중 38.1%에 해당하는 273곳의 지분은 5%가 넘는다. 자본시장법상 경영권 개입이 가능하다 보는 기준선이다. 특히 최대주주로 있는 곳은 19곳에 달해 국민연금의 영향력 제한에 대한 필요성이 검토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연금의 잘못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그동안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주가가 폭락하면 연기금과 기관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고 해외자산에 대한 투자 역량이 높지 않았던 상황에서 무조건 투자자산의 글로벌화를 추진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국민연금은 인적 투자도 과감히 시행해 조직의 체력을 키웠다. 2014년 말 기준 5157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수도 불과 5년만인 2019년 말 기준 7396명으로 늘었다. 비정규직은 제외한 수치다.

증권사에서 외부튀탁운용관리(OCIO)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과거엔 기금운용 수익률이 나쁘면 국정감사장에 불려가 혼나기 바빠 연기금들이 소극적인 운용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 진전되는 현 상황에서 연금수익률 개선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자 연못속의 고래가 바다로 나갈 채비를 단단히 갖추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비단 국민연금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투자공사(KIC) 역시 지난해 15.39%의 수익률로 202억달러(한화 약 23조4000억)를 벌어들였다고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정부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KIC역시 지난 2018년에는 -3.66%의 수익률로 51억달러를 손해본 경험이 있다.

이날 최희남 사장이 밝힌 KIC의 우수한 운용수익률 비결도 주식과 채권비중을 높인데 있었다. 전체 투자자산에서 주식이 40.8%, 채권이 35.5%로 상당한 비중이다. 포트폴리오에 대한 쏠림을 해소하고자 KIC는 대체투자 확대를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설립을 추진중이다. 실리콘밸리에 직접 나가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을 직접 발굴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사장은 지난해 대체투자 섹터도 전년 대비 14% 늘어난 245억달러에 달했다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KIC가 2008년 메릴린치 주식 투자를 잘못해 사장이 나와 국회의원과 국민 앞에 사죄했던 장면이 생생한데 격세지감”이라면서 “작년에 벌어들인 돈으로 제작년 손실을 다 상쇄하고도 남는 만큼 연기금들의 수익률을 연단위로 추궁하는 문화는 사라져야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KIC는 지난 2008년 메릴린치 주식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급락해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27달러에 매수한 주식이 BoA주식으로 전환된 후 1년만인 2009년 2월 3달러대까지 떨어져 약 2조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해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됐었다. 안홍철 사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해프닝 끝에 2017년말 약 10년만에 원금을 회복하자 주식을 전량 매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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