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 미궁' 환자 등장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감염경로가 불투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간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온 방역 당국과 의료 관련자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라는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확산 기정사실화 되면 현재의 방역대책은 대대적인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82세. 남성. 한국인)는 지금까지 역학조사 결과, 국외 위험지역을 다녀온 적이 없고, 다른 코로나19 환자와도 접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직·간접적 영향이 전혀 없는 이 환자는 현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중이다. 현재 구체적 감염경로를 조사받고 있는 이 환자의 아내 또한 환진자로 확인됐다.이 환자는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이들 부부환자는 방역당국의 방역 경로애서 벗어난 사례로서, 우리나라도 결국 '지역사회 전파'가 이미 시작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28명의 역학 조사를 바탕으로 역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중국 등 해외 유입 사례 16명(57.1%), 국내 2, 3차 감염 사례 10명(35.7%)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간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의 상당수는 질병의 발원지를 간 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사례가 대부분의 발병 원인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에 확진판정을 환자는 기존의 발병 사례와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질병 당국도 이 확진자가 어떻게 코로나19에 감염 경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우리나라도 이미 국내 지역사회에 코로나19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비록 이번 확진자의 정확한 감염경로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앞서 홍콩의 한 아파트 주민 감염 사례에도 알 수 있듯이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현재 질병당국은 확진자의 구체적인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조속히 그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번에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기존의 환자들과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우리나라 방역 체제는 대대적인 전환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가 국가 방역 통제망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됨은 물론, 사실상 어떠한 예방 대책도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선 방역 전략은 '봉쇄전략'에서 '조기진단-조기치료'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방역 당국은 봉쇄 전략을 취했다. 봉쇄전략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고 공항에서 입국자의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이후 의심자·확진자의 동선을 모닝터링하고 만약 확진자로 판명되면 곧바로 국가 지정의 격리병원으로 이송된다.

같은 날 방역당국은 코로나19를 계절성 독감처럼 상시 감시대상으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현재 13개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중증 급성 호흡기 감염병 감시체계'에 코로나19를 추가해 환자 발생과 원인병원체를 파악하며 감시체계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도 확대한다.

현재 방역당국은 52개 의료기관을 방문한 인플루엔자 의심환자의 호흡기 검체를 채취해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보내서 인플루엔자 및 호흡기바이러스를 검사하는 국가 감시체계를 구축해 운영 중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이날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에 선제적으로 대비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인불명 폐렴환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해외여행력 없는 의심증상자를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은 "코로나19가 증상이 경미한 상태에서도 전파가 잘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 지역사회로 유입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내고 이를 지연시키는 한편, 지역사회로 전파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유행의 규모와 여파를 줄이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적절한 방역관리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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