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보류에 MMF 잔고만 급증

▲ 20일 지지선인 2200선이 무너진 코스피(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가 역사상 최고점을 기록하며 연일 상승중인 가운데 유독 코스피만 제자리를 멤돌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이익이 예전만 못하고 미래 성장가능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데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심리마저 악재로 작용하고 사모펀드 사태로 촉발된 시장 신뢰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주가지수 중 하나인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9일 29348.03으로 장을 마감했다. 2018년 12월 26일 21712.53을 기록한 이후 불과 1년 3개월만에 약 35% 상승률이다.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지수는 19일 23400.70으로 종료해 같은 기간 약 23% 상승을 기록했다. 독일 대표지수인 DAX지수도 19일 13789.00으로 마감해 동일 기간 약 34%의 상승이다.

선진지수 뿐이 아니다. 19일 2975.40을 기록한 상해종합지수도 동기간 상승률은 약 19%에 달한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19일 2210.34를 기록 같은 기간 동안 약 9% 상승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연말 반등과 2월초 반등에 힘입은 결과다. 20일엔 지지선인 2200마저 무너졌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단기에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데 있다.

메리츠증권에서 정량적인 분석을 담당하는 퀀트분석가 강봉주 연구원은 20일 보고서를 통해 “주가보다 기업들의 이익 회복이 더뎌 벨류에이션 부담이 있고, 수급이 악화된 점에 기인해 코스피는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앞선 11일 자료에서 “증시 상승 모멘텀이 약화됐다”며 “공매도가 증가하고 있고 4분기 기업 실적이 저조한 것이 부담”이라고 분석했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가 조기 진화될 조짐이 없이 확대 일로를 겪는 것도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강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과 기관의 수급도 악화됐다. 기관이 작년 하반기 지수 반등을 이끌었던 것과 달리 연초 이후 7조 이상 순매도 중이고 외국인도 1월 중순 이후 1.5조 순매도에 나서 개인들만 매수에 동참하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공매도 거래가 급증해 작년 최대치를 경신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호실적으로 방향을 돌리지 못하는 한 당분간 이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얼어붙은 투심이 언제 회복될 지가 코스피 상승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오광영 연구원이 20일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새해 들어 국내 펀드시장이 전월 말 대비 3.5% 성장하며 675조대를 기록한 가운데 자금이 MMF, 부동산형, 채권형에 집중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MMF로의 자금 유입이 1월 한달만 23.5조 증가해 128조를 기록했고, 2월 들어 2주간 20조 이상 증가해 148.9조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MMF(Monet Market Fund)는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콜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금리의 단기 등락으로 수익을 거두는 초단기 상품이다. 주로 투자 집행에 나서지 않을 때 쉬고 있는 돈(Idle Money)을 임시로 맡겨둘 때 활용하는 투자상품이다. 즉 MMF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오연구원에 따르면 부동산 펀드도 1월에 1.8조 증가해 5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이고, 특별자산형 펀드도 3652억 증가하며 2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채권형 펀드 설정액도 연초 들어 증가하며 9845억 늘어 118조대를 회복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환매가 이어져 3899억 원이 줄어 5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해당기간 동안 총 2조448억 원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정리하면 여전히 부동산 등의 대체투자와 채권에는 관심이 모이지만 주식형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을 투자자들은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WM전략팀장은 “기본적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답보 상태인 가운데 뚜렷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증권사들마저 해외투자로 방향을 튼 상황이라 수급상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의 공포가 확산돼 기업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막연한 심리에 사모펀드발 악재로 투자자들의 신뢰마저 바닥이라 코스피의 반등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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