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선발 방식 이렇게 바꾸면 안될까?

 

사진=경희대학교 문상기 교수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요건은 나의 관점이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규격이다. 대학에 들어와서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연구하고 관련 과목을 강의하면서 나부터가 기업이 요구하는 정량적 스펙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성 스펙을 자소서에 어떻게 잘 녹여내느냐에 대해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는 나 자신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다양한 취업 진로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학생들에게는 규격화된 스펙을 갖추도록 하며 준비가 덜 된 학생에게는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무언의 메시지도 주곤 한다. 그나마 취업 진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은 어느 정도 취업에 대한 의지도 강하고 준비가 제법 된 학생들이 참여한다. 그 안에서 또 우열을 나누고 최상의 준비된 자를 모형화하여 자기반성과 독려를 끌어낸다.

그러던 중 한 학생과의 상담을 통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깨달음이 나를 자극했다. 한 학생이 앞길이 막막하다며 찾아왔는데 그 친구와 이야기를 통해 느낀 것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왔고 사회에 진출해 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충만한 친구였지만 수십 차례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고 취포자(취직 포기 학생)의 반열에 들어서서 부모님으로부터 못났다는 핀잔 속에 너무도 괴롭다는 친구였다.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도 열심히 해보고 관심 있는 과목은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수강했으며 봉사활동에도 게으름 피지 않았고,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또 다른 세상을 만나기 위해 배낭여행도 많이 다녔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결과는 늘 참담했다고 한다. 그렇게 분명 바쁘게 살았는데 지금 와보니 내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에는 큰 자괴감이 엿보였다. 서류전형을 넣기 전까지만 해도 알래스카에 가서 냉장고를 팔 수 있을 것만 같은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타인의 눈에 띌 수 있는 규격 미달로 막막함이 있었다. 분명 열심히 자기 만족감 충만하게 후회 없는 대학 생활을 치열하게 보냈지만 뜻하는 대로 가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멘탈이 붕괴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너무 답답하고 지난 대학 생활을 전체가 의문투성이라는 그에게 부족한 것이라곤 “네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말 길게 하지 말고 그냥 숫자로 간단히 표현해줘” 이 부분에서 무너지고 있음을 알았다.

그 학생은 영어로 일반적 소통도 가능하고 그 어렵다는 베트남어도 조금 할 수 있었고, 관심 있어 했던 과목은 A+ 였다. 해외 오지 탐방을 통해 야생형 인재인 데다 야간 아르바이트를 통해 강철 체력도 겸비했다. 대학 내 동아리 활동도 두 군데나 가입하여 호니의 인간관계 유형 중 대인접근형이기까지 했다. 보기 드문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틈틈이 무의탁 노인에게 가서 봉사도 할 줄 아는 인성까지 갖췄음에도 그는 실패자였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숫자로 잘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 패인이었다.

마침 지인 중에 대기업에서 20여 년 근무 후 사업체를 꾸려 강소기업으로 성장시킨 대표분께서 학생 추천을 요청한 건이 있어 그 학생을 연결해 주었는데 2달이 조금 지나 그 회사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그 대표는 “여태껏 봐왔던 직원 중에 최고”라고.

기업이 앞으로 공개채용에서 수시채용으로 HR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기조다.

학점은 몇인가? 토익이 몇 점이고 스피킹은 몇 급인가? 제2외국어는 몇 급이고 자격증은 몇 개인가? 직무 인턴 경험은 몇 회고, 한국사는 몇 급인가? 라는 식의 인력 채용방식을 바꾸기를 바란다.

인사담당자분께 부탁하고 싶다. 숫자가 중요한가? 인적자원을 숫자로만 판단하지 말고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가 무엇을 하며 살아왔고, 무엇을 지향하고 있고, 무엇에 관심 있어 하며, 잘할 수 있는지? 그의 스토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일간투데이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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