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리스크관리 강조

▲ 지난 9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회장에 오르며 위기 극복에 나선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제공=한국투자금융지주)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주요 증권사들의 주총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로 연초 사업계획 당시와는 확연히 달라진 경영환경에서 CEO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역경을 헤쳐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임된 CEO와 신규 CEO들 모두 주주친화 정책과 리스크관리를 강조하며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서 새로운 사업연도를 이끌 CEO의 향배가 확정이 됐다. 다만 전년 역대 최대실적을 내며 야심차게 펼친 신년 계획도 일부 수정을 가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 속에 CEO들도 주주친화 경영을 강조하며 자세를 고쳐 잡는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은 26일 제 32기 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주주친화 경영의 일환으로 중간배당 조항을 신설했다.

김경규 대표는 주총 인사말에서 “지난해 회사는 DGB금융그룹 편입 1주년과 창립 30주년을 맞아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실적을 거두며 DGB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우뚝 설 수 있었다”면서 “최근 코로나 19 감염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 확대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으나 발 빠른 위기관리와 대응으로 사업 토대를 굳건히 하여 상위권 증권사로의 도약을 다져나가겠다”고 밝혔다.

전일 미래에셋대우는 정기 주총에서 배당성향 27.4%(총 1821억원)에 달하는 배당을 결정했다. 회사측은 대우증권과 합병한 미래에셋대우 출범 이후 2017년 1247억원, 2018년 1539억원, 2019년 1821억원 등 매해 배당을 늘리고 있다며 주주친화정책 시행을 강조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고객동맹을 바탕으로 주주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주주환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며 “차별화된 자본력을 바탕으로 수익구조 다변화와 보수적 리스크 관리, 투명한 경영을 통해 성장과 안정성을 함께 추구해 온 만큼 지금의 상황을 잘 대응해 고객 및 투자자들에게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신한금융투자는 김병철 대표 후임으로 이영창 사장이 취임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부사장 출신으로, 최근 라임사태 등 투자자보호와 리스크관리에 문제가 나타난 상황에서 난국을 타개할 카드로 신한금융지주가 선택한 카드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이번 취임 전까지 수년간 공백이 있었음에도 오직 실력으로 선임된 인사라 그의 위기관리능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영창 사장은 1등 증권사를 자임한 대우증권에서 27년간 증권업의 핵심인 주식중개(Brokerage), 운용(Dealing), 투자은행(IB) 등 프론트에서 활약하고, 기획·관리 업무를 통해 백오피스를 두루 경험한 특이 이력의 소유자다.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금융위기 전후 일선현장과 경영지원책임자로서 체험한 위기관리 노하우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신한금융투자가 빠른 시일내에 고객신뢰를 회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고객의 수익과 직결되는 직원들 역량 강화에 집중 투자해 ‘직원 전문성 강화를 통한 직원-고객-회사의 동반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지난 20일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총에선 김남구 부회장이 회장으로 올라섰다. 부회장으로 9년간 일한 후 결정된 일이다. 동 기간 한국금융지주는 투자금융 전 부문에서 고루 선두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남구 회장은 금융권에 입문하기 전인 지난 1987년 동원산업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수산업으로 일가를 이룬 아버지 김재철 회장이 장남을 강한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선택한 고행길이었다”며 “원양어선을 타고 거친 바다에서 파도가 찾아오는 위기시 조직을 어떻게 통솔해야 하는지 리더십을 몸소 배우는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년에 업계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한국금융지주는 현재의 위기를 글로벌 신사업 확대, 인재경영, 디지털 혁신, 사회적 가치 실현 등에 초점을 두고 헤쳐나간다는 각오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 23일 회사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발생하자 68억원 규모의 자사주(21만 1000주)를 장내에서 매수해 투자자 불안 해소에 나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야 말로 실력이 좋은 회사가 누구인지 드러나는 법"이라며 "증권업계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지만 CEO들이 뒤에 숨지 않고 위기 진화에 나서는 모습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