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억제로 인한 부동자금 주식으로

▲ 27일 상승 마감한 주식시장(제공=한국거래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로 불안한 투자자의 심리를 반영하듯 연일 주가지수가 하나의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장중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피하겠다는 각국 정부의 노력과 공조 속에 주식시장은 차츰 공포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다만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과 맞물려 부동자금이 갈 곳을 잃은 가운데 현 상황을 저가매수 기회로 판단하는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세가 시장을 떠받치는 국면이 연출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미국 주식시장은 대표지수인 다우존스 산업지수가 6.38%, 나스닥 종합지수가 5.60%, S&P500이 6.24%상승하며 지난 24일부터 연속 3거래일째 강세를 보였다. 시차와 등락폭의 차이는 있지만 한국시장도 지난 3거래일간 안정세를 찾았다.

코스피지수는 27일 1.87% 상승하며 1717.73으로 마감, 다시 170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지수는 1.20% 상승해 522.83으로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을 이어갔다.

눈에 띄는 점은 전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셋째주(15~21일)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역대 최대인 328만3000건에 달해 직전 주의 약 12배 폭증했다는 소식에도 미국 증시가 강세장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올 6월까지 미국 내 일자리가 1400만개 사라질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비스업 종사자 비율이 높아 코로나19 사태의 영향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 속에 본격적인 침체 확산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미국 경제가 “2분기엔 실업률이 30%에 달할 수 있다”는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발언도 있었다.

실제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27일 현재 8만3507명으로 8만1340명인 중국이나 8만539명을 기록한 이탈리아를 제치고 가장 많은 수를 기록중이다. 하루 사이에 무려 1만8222명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미 상원을 통과한 2조달러가 넘는 경기부양책이 실업수당으로 2500억달러를 책정해둔 탓인지 전일까지는 시장 회복에 힘이 실렸다.

메리츠증권 시황담당 하인환 연구원은 27일 미국 증시가 전일 상승한 이유에 대하 크게 세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의 둔화 가능성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확진자 정점이 확인된 23일 이후부터 미국 증시가 반등했음에 기초한 예측이다.

둘째, 강력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결합 효과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무제한 양적 완화를 발표했고 동시에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통과가 목전에 있다. 추가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관세율 인하 주장도 힘을 더하고 있다.

셋째, 미국의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역사적 수준을 기록하며 나올 수 있는 악재가 모두 반영됐기 때문이다. 불확실성 확대보다는 악재 확인이 주식 시장에선 반등의 기점이 되기도 한다는 가정에 둔 설명이다.

하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의 급변하는 추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 않다”며 확인이 필요한 불안요소 세가지를 동시에 제시했다.

현 시장 불안의 시발점이 된 국제 유가의 반등 여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 신용이 낮은 기업의 대출채권에 투자한 대출채권담보증권(CLO)의 가격 안정화 여부가 그 세가지다.

대신증권 전략담당 이경민 연구원도 전일 미국증시 상승의 이유를 금융위기 당시를 넘어선 강력한 글로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달러의 약세 반전, 코로나19 쇼크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믿음 등에서 찾았다.

특히 제롬파월 연준 의장이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기본적으로 문제가 없고 오히려 정반대”라고 언급하며 “자금 공급과 관련, 실탄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현 상황을 충분히 통제 가능한 상황으로 규정한 것이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한편, 개인이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주식시장의 특수한 현상에 대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재 한국 부동산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분석은 신뢰할 수 없는 작은 수의 모집단에 근거한 분석일 수 있다”며 “1가구 2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보유세의 심각성을 모른 채 정점을 찎은 가격에 주택을 매도하려 하고, 매수자들은 현 가격대를 거품이 있다고 생각해 낮은 가격에 사려하기 때문에 시세 자체가 형성되고 있지 않아 이는 안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부동산 억제책으로 부동자금들이 갈 곳을 잃은 상황에서 단기에 낙폭이 심했던 한국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며 “과거처럼 단순히 외국인이 떠난 자리를 개미가 채우고 있다는 식의 분석은 이번 장에선 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주요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신규 주식거래 계좌를 개설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6일 최근 지점을 통한 대면 계좌개설과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계좌개설 모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점 대면 계좌개설의 경우 올해만 1만1000명이 증가해 26일 현재 작년 전체 지점을 통한 계좌 개설 건수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으며, 비대면 계좌개설 증가는 더욱 두드러져 최근 1개월간(2월24일~3월25일) 신규고객이 10만명이 넘게 증가했다.

새롭게 영업을 시작한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지난 25일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 시작 4주만에 신규 계좌수가 50만 계좌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7일 서비스 시작 후 6일만에 계좌수 20만개를 돌파한 것이 대형 플랫폼 회사의 증권서비스 오픈에 의한 단기 효과가 아님을 말해주는 수치다.

한 증권사 WM본부장은 “지금은 단기간의 시장 부침에 일희일비 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며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가격대와 자산 여력이 있다면 과감한 매수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지나친 차입을 통한 단기 반등 기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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