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박사(서경대학교 나노융합공학과 학과장)

[일간투데이] 세계는 '코로나19'로 총성만 없을 뿐, 현 상황을 대처하는 많은 나라에서 느끼고 있는 것은 '전쟁'그 자체다.

문익환 목사님의 막내 동생인 문은희 목사님의 6.25 당시 기억에 대한 회고를 본 적이 있다.

전쟁 통에도 아이들을 위한 부모님과 어른들의 배려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공포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고 어떤 경우에도 아버지의 손을 놓지 않았다고. 그렇게 절대로 자녀들의 손을 놓지 않는 것이 우리의 부모님이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 세계에서 2분에 3명 꼴로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인해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고 있다. 감염을 막지 못하면 수십 만 명의 사망자와 수억 명의 확진자 발생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전쟁통과도 같은 현 상황에서 우리 모두의 관심도 6.25 때와 전혀 다르지 않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산다. 매출이 없어 대출로 한 달, 두 달이 넘어가도 가장 나중에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지출을 줄이는 일이다.

그렇게 또 한 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우리의 자녀들은 그로 인해 힘들어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사투를 벌이는 우리네 부모들의 생각이다.

미래에 우리의 자녀들이 "전쟁 같던 시기에 우리 부모님들 덕분에 참 잘 지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힘든 시간을 견뎌낸 최상의 보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부모님들이 어릴 적 6.25의 동란 속에서 당신들 부모님의 따뜻한 손을 잡고 견뎌냈던 것처럼 우리가 그런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음 국가들 중에서 해당 국가 국민이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것을 막아야 할 국가는 어디인지 잠시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 코로나 19 감염자 수는 이미 우리가 충분히 파악하고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터키, 태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스웨덴, 인도,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이들 국가들은 모두 북한의 남침에 맞서 우리나라에 지원군과 의료진을 보낸 나라들이다. 그들은 우리나라에 200만 명의 젊은이를 보내고 전사자만 4만 명을 감내했다.

그보다 적은 도움이지만 당시 우리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주저하지 않은 나라가 30여 개국 더 있다. 미주 유럽의 선진국 보다는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낮고, 국가 지명도도 딸리는 국가들이 입국 제한 대상으로 먼저 헤아려 지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이제 와서 옛날의 은혜를 갚자는 진부한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국제 사회의 일원이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국가에 의해 현 상황을 이겨내는 리더로 인정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강경화 장관이 "한국 정부가 높은 수준의 진단 역량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개방적인 방역관리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총력 대응하고 있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개방성이 유지될 수 있는 감염관리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우리에게 바라는 사명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하면 일상의 소중함이 유지되는 감염관리의 선순환체계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에서도 단 한 사람만 방심하면 순식간에 수십 명, 수백 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적절한 감염 방지 강제책도 수립되어야 하겠다.

대기업이 탄생하기 좋다는 전쟁 같은 격동기에 몇몇 업체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반가운 일이지만, 진단 시약 공급업체를 제외한 제약산업 전반이 불황에 빠져 있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결코 자만할 수 없는 험난한 시기다. 우리가 경제력이나 군사력으로 세계를 이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나라를 대하는 자세도 겸손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 국산진단키트의 이름을 '독도'라고 하자는 국민청원에 많은 호응이 있었다. 독도는 우리 땅이고, 일본에서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꼴이 보기 싫으니 당연히 그렇게 선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우리 땅, 우리 영해는 실효적 지배로 지켜지는 것이지 진단키트의 이름을 독도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진단키트 이름을 독도로 한다면 오히려 일본이 세계 언론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인데 한국이 억지 주장을 한다"는 대대적인 보도를 할 기회를 줄 것이다. 아니면 후발 진단키트의 이름을 다케시마로 출시하여 독도가 우리 땅이 아닌 영유권 다툼이 있는 분쟁지역임을 세계에 선전하는 근거로 삼을 기회를 줄 뿐이다.

외국에는 없는 제품, 우수한 국내 기술로 무엇이든 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겠지만 그런 마음이 바로 갑질의 기본이다. 앞서 가는 집단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영토의 영유권은 실효지배로 얻어지는 것이지, 선택권 없이 진단키트를 사가야 하는 다른 국가에 수출되는 제품에 영토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독도를 지키고 싶으면 우리 기술로 만든 최신예 KFX 스텔스기와 사거리 3000km 현무-3D 순항미사일을 가득 실은 국산 이지스함을 포함한 국산 항공모함 전단으로 동해 전체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높아진 위상이 반영된 것이 주요 외신의 한국화다. 지금까지 언론은 어떤 정권과 더 가까워야 할까 고민해 왔지만 이제 한국에 들어온 한글판 외신들보다 정확하고 균형 잡힌 보도를 하지 않으면 독자들을 잃고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되었다.

정치적 반향을 기대하고 만들어 내는 선거용 구호도 외신과 인터뷰하는 수준으로만 하면 된다. "한국의 감염병 대응이 성공적인 이유에 대하여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박정희 대통령의 치적이고, 그 때 준비한 의료보험 덕분이다" 라고 한다면 메르스 때는 왜 그랬나?

현재 미국의 국력이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치적 때문이라 해도 되나? 라는 반문과 비웃음을 받지 않겠는가 정치권도 정직하고 성실해야 살아남게 된 건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반대를 위한 반대, 어떻게든 서로 헐뜯으려는 모습을 수십 년 간 겪어왔기에 이제 알만 한 국민들은 다 안다. 현 코로나19 사태를 짊어지고 가야하는 미래를 책임지려면 현 사태에 대한 명확한 기여를 보여주어야 자신 있게 국민에게 한 표를 받게 될 것이다.

전쟁과도 같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해결책을 내놓고 지원방안을 챙겨 국민의 손을 놓지 않아야 정권유지를 하든 정권교체를 하던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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