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시장 벨류에이션… 적정가치 이하일 경우 투자 기회

▲ 지난 2월 7일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주)애니플러스 상장식 모습(제공=한국거래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코스피지수가 약 20% 폭락하면서 당초 염려대로 올해 상장을 계획 중이던 회사들이 움츠려들고 있다. 1번의 기회 밖에 주어지지 않는 상장 과정에서 가급적 높은 평가를 받아 많은 자금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선뜻 상장에 나서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시간이 예비 상장기업들의 편이 아니라는데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1분기 기업공개 성적은 예년 대비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상장기업 수는 총 14개로, 2016년 21개, 2017년과 2018년에 각각 17개, 2019년 16개로 지속 줄어드는 분위기다. 1분기가 기업공개 비수기라는 특성을 고려하고, 모집단 자체가 적어 통계적인 유의미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절대적인 기업공개 수 자체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기업 공개 전 사전IR활동 차원에서 1:1 미팅과 기업설명회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예정했다가도 철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올해 IPO 시장은 물건너 갔다는 푸념이 들려온다. 한 IB업계 임원은 “어렵게 기업을 설득해 상장에 나섰다가 자금도 몰리지 않고 상장 후에 주가가 폭락해 고객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비난을 듣는 고통스런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진투자증권 스몰캡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공모금액 총액은 3172억원이다. 2016년부터 5년내 1분기 최소 금액이다. 전년 1분기 공모금액은 7975억원에 달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1월 상장기업 세곳 중 스팩(SPAC) 2군데를 빼면 한국투자증권이 주관사로 나선 ‘케이씨씨글라스’가 유일한 상장기업이었다. 다만 이 기업은 신규상장이 아닌 재상장 기업이자 1분기 유일한 코스피 상장기업이다. 스팩은 ‘기업인수목적회사’라는 이름처럼 현금을 가진 형식상의 회사를 상장시켰다가 추후 직상장 요건을 갖추기 어렵거나 빠른 상장을 원하는 기업과 우회상장 형식으로 짝을 이루는 회사다.

1월 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의 영향권 밖이었다. 하지만 2월 들어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엄습하면서 당초 상장을 계획 중이던 기업들이 철회와 연기를 밝히기 시작했다. 2월 상장기업 네곳 중 신영증권의 신영스팩6호를 제외하고 이전상장한 ‘위세아이텍’을 빼면 신규 상장은 ‘레몬’과 ‘서남’ 두곳이었다.

3월에는 스팩 두곳을 포함해 총 7개의 기업이 코스닥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은 코로나19의 영향력이 크게 인식되지 않았을 때 일정을 확정했던 기업들이 상장을 진행한 결과다. 다만 이때 상장했던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 제이앤티씨, 서울바이오시스, 플레이디, 엔피디 등의 기업은 상장과 동시에 급락을 거듭해 투자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다 현재 주가 회복 중에 있다.

그 중 제이앤티씨와 엔피디는 시초가가 공모가대비 각각 -7%와 -10%를 기록했고 일반청약 경쟁률도 각각 3.48:1과 32.65:1을 기록해 수백대 1의 일반경쟁률을 보이는 여타 사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제이앤티씨는 기관 수요예측 당시 1077.88:1 을 기록했음에도 일반청약 경쟁률은 3.48:1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률의 높고 낮음을 꼭 환경 탓으로 돌릴 수는 없으나 공모가 대비 절반 이하까지 폭락했던 주가가 불과 보름만에 다시 두배 이상으로 V자 반등을 한 것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1분기에 공모절차를 마친 기업들은 그래도 큰 숙제를 끝내고 한시름 놓은 경우다. 더 큰 문제는 상장 계획은 잡고 있으나 이를 강행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하는 IPO예정 기업이다.

올해 코스닥시장 상장을 계획중인 한 기업 전략기획팀장은 “마음 같아선 경영진이나 기존 투자자들을 설득해 내년 이후로 미루자고 말하고 싶지만 회사가 세워둔 비즈니스 플랜을 위해선 상장을 더욱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관사를 맡은 증권사도 올해 실적이 더 나빠져 내년에 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을 생각해 무조건 미루는게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한다”며 고민에 빠졌다.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연구원은 “코로나19 상황 지속으로 2분기 IPO시장도 소강 상태 지속이 예상된다”며 “2분기 IPO예정기업 수는 코로나19가 현 상태에서 안정화된다는 가정 하에 10여개 초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2분기 상장기업 수는 각각 18개와 20개였다. 당초 상장계획을 잡았다 철회와 연기를 선언합 기업은 노브메타파마, LS이브이코리아, 엔에프씨, SCM생명과학, 압타머사이언스, 메타엠넷플러스 등이다.

박 연구원은 지난 2년간 2분기 공모액이 각각 3275억원, 3857억원이었고, 올해 2분기 상장 진행을 확정한 7개 기업의 예상 공모액이 20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2분기 공모시장 규모는 3000억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빠른 상장 계획은 지난달 5일 상장 계획이었다 연기를 선언했던 센코어테크다. 삼성증권이 상장주관사로 나선 이 회사는 오는 13~14일 기관 수요예측에 들어가 시가총액 1000억원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1분기 상장을 계획했다 철회를 선언한 나머지 기업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상장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PB는 “상장하려는 회사의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려우나, 코로나19사태로 적정 기업가치보다 낮은 벨류에이션(가치평가)을 받는 기업이 나온다면 투자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며 우량기업에 대해 선별적 접근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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