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원유 선물 거래 사고 대응…기회를 위기로 만들어

▲ 주식거래 1등 증권사 키움증권이 최근 원유 선물거래 시스템 미비로 고객과 갈등을 겪으며 구설에 오르고 있다.사진은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 사옥(제공=키움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금융투자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흔들리는 가운데 개인투자자 주식거래 시장점유율 약 30%로 1등 사업자인 키움증권은 상대적 수혜를 보고 있다. 하지만 잦은 HTS 접속 사고와 변화하는 투자환경에 맞는 투자인프라 개발에 소홀했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안일한 현실 대처와 투자자와의 소통 부재가 가져온 인재(人災)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최근 원유관련 파생상품 거래를 위한 HTS 시스템 미비로 투자자 피해를 일으키고, 이를 해결해가는 과정에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은 이미 알려진 대로 지난 21일 WTI 서부텍사스산 원유 5월물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면서 발생했다. 유가가 마이너스로 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전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마이너스 호가를 인식할 수 없어 투자자들이 눈을 뜨고 자신이 투자한 상품이 강제 청산되는 걸 지켜보게 됐다.

21일 새벽 키움증권 HTS에서 해외선물옵션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중단되면서 기존 투자상품을 청산하고 차 근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일로 키움증권에서 이 상품을 거래하던 투자자 수십명이 수십억원대 피해를 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원유 투자는 현물을 직접 사고파는 방식도 가능하지만 주로 미래가치인 선물을 매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본인이 투자한 선물이 만기 도래시 직접 돈을 내고 원유를 가져가며 청산할 수도 있지만, 정유업체가 아닌 이상 개인들은 보통 청산하며 수익을 챙기거나 투자를 이어가길 원할 경우 기존 투자분 청산으로 나온 자금을 차근월물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쓰게 된다.

다만 이번의 경우 원유 저장공간 부족 문제와 글로벌 원유 생산 경쟁에 따른 공급 과잉이 겹치며 돈을 주고 기름을 가져가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했고, 거래 시스템이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대비하지 못해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전형적인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CIO는 “이미 사고가 발생하기 약 일주일 전인 15일, 시카고증권거래소(CME)가 유가 급락에 따른 마이너스 선물 호가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었고, 주요 증권사에선 이에 따른 주문 시스템 점검이 있었다”며 “설사 이용자가 많은 키움증권 HTS의 갑작스런 시스템 변경이 어려웠다면 왜 미래에셋대우나 하나금융투자처럼 포지션 청산을 사전 유도하지 않았는지 안타깝다”고 전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스크관리본부장은 “기존에 겪어보지 못한 사태라 시스템적인 대응이 어려웠다면 후속적인 고객응대가 있어야 하는데, 고객을 위한 시스템이 미비해 사고의 원일을 제공한 상황에서 회사측 입장만 대변하는 원칙을 고수한 부분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물은 주식거래와는 달라서 증거금이 부족하면 마진콜이 발생하고 최악의 경우 이번처럼 캐시콜(추가 증거금 미납시 고객 미결제약정 임의 처분) 상황까지 발생한다”며 “개인 고객 입장에선 한 계약당 2000만원이 넘는 돈을 감당해야 해서 부담이 큰데 지연이자를 내라는 둥 원칙을 고수한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회사 전체로 보면 수십억 정도의 금액이라 10대 증권사인 키움이 사태 해결시까지 감당할 만한 수준의 자금 규모인데, 문제의 원인제공 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이 소송전을 불사하는 상황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나치게 마케팅에 집착하면서 평판리스크는 소홀히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홍보담당 임원은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라 조심스럽다면서도, “키움증권이 야구장 마케팅을 위해 서울히어로즈와 맺은 연간 계약규모가 100억원 규모로 알고 있다”며 “결국 투자자들의 곁으로 다가가 친근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차원에서 돈을 쓰는 것인데 불과 몇십억 때문에 투자자들과 시비를 벌이는 모습은 스스로 대형사로 성장한 키움증권이 아직 고객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6일, 3월 한달간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 상황에서 신규계좌 43만1000개가 늘어났고, 일 최대약정 16조7000억원, 전체 주식시장 점유율 최대 23% 달성 등 리테일 부문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기록했다고 알렸다.

투자은행(IB)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재편된 업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현실화되는 가운데, 역으로 온라인 리테일 시장의 강자로서 수혜가 예상된다는 업계 분석 리포트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한 증권사 고객센터장은 “일부 대형사에서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캐시콜로 발생한 미수금 전액을 면제해주고, 마진콜 발생시점 기준 위탁증거금의 상당액을 지원해주는 보상안을 제시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회사가 그렇게 진정성을 가지고 대응하면 화가 나더라도 이해하고, 오히려 더 고객충성도를 보이게 돼 있는데 결국 고객이 1인시위까지 벌이는 상황을 만드는 시장 1위 키움의 대처가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