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과 지역 포트폴리오로 리스크 헷지
수익관리를 위해 꺼내 들 카드 많아

▲ 마천루들 사이에 자리한 상해 푸동지역의 미래에셋타워 전경(제공=미래에셋)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주요 증권사들이 당초 암울했던 시장 전망보다 호실적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업계 리딩 금융투자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당초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호실적으로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금투업계는 각사별 사업 포트폴리오가 달라 차별적인 결과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금융투자회사들의 리스크관리 역량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연속 휴일을 앞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증권업종은 6.08%의 상승률로 모든 업종 대비 최고의 상승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0.70% 상승하며 강보합에 그친 가운데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상승이었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그간 반등의 폭이 미미했던 증권업종이 순환매 장세에서 주요 대형사들을 중심으로 1분기 실적 선방을 속속 발표하자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일 자기자본 기준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87억원, 세전순이익 1507억 원, 당기순이익 1071억 원을 기록하며 호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에 불과한 실적으로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차원에서 ‘어닝서프라이즈’라 불릴만 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기록한데는 이 회사가 가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위기시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수익원은 크게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트레이딩 등으로 나뉜다. 최근 주요 대형사들이 IB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되는 가운데, 전년처럼 IB가 호조를 보일 경우 이에 강점이 큰 증권사들이 약진할 수 있다. 하지만 IB는 단기에 수수료를 받고 끝나는 비즈니스가 아니고 씨를 뿌려둔 투자가 시간을 가지고 이익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큰 딜을 수행했다고 해서 수익이 한꺼번에 확정되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코로나19 사태로 IB시장이 위축되고 변동성이 확대되자 자산관리(WM)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WM시장은 전통적인 브로커리지 부문과 펀드, 랩 등으로 대표되는 금융상품 부문으로 대별된다. 미래에셋대우는 WM의 강자 미래에셋증권과 IB부문의 강자 대우증권이 결합한 회사인 만큼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회사측이 밝힌 1분기 수익기여도 부문별로 살펴보면, 브로커리지 수수료가 40.7%, IB수수료가 22.2%, 자기자본투자(PI)를 포함한 트레이딩이 15.7%, 금융상품판매 수수료가 14.3% 등이다. 정확히 개인과 기관 고객의 수익기여도가 어떻게 되는지 알수는 없지만,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IB부문의 아쉬움을 전통적인 비즈니스인 브로커리지로 만회했음을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다.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의 기여도 14.3%는 비중으로만 보면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시장 상황에 상대적으로 덜 영향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준다는 측면에서 위기시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초대형 증권사 두 곳의 병합으로 수익성에 있어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지만 군살로 지적되온 부분이 위기시 충격을 줄여 줄 완충제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편 미래에셋대우 실적에는 해외부문이 세전 연결 수익의 29.3%를 차지했다는 부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권사와 운용사 등 금투업계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아직 투자대비 유의미한 실적 기여를 보인 곳은 찾기 어렵다. 한 운용사 대표는 “미래에셋그룹이 다소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펀드시장 성장기에 거둬들인 수익의 상당부문을 해외투자에 쏟아부은 과실이 연어처럼 돌아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외 주식을 포함한 해외물 분기 수수료 수입이 306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137.2% 늘어났다는 점, 해외물 수수료 수입 비중이 21.4%까지 확대된 점, 해외 주식 잔고가 지속 늘어나 8.3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점 등은 이 회사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코로나19 사태를 헤쳐나갈 저력을 지녔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미래에셋대우는 6%대의 상승을 보인 증권업지수 대비 저조한 4.86% 상승을 기록했다. 장중 7.29%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최근 불거진 미국 주요 호텔 15 인수건이 상승에 제동을 거는 모습을 보였다. 이미 수천억대의 계약금을 건낸 인수건이 코로나19 사태로 가치산정에 이견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가운데, 매도자인 중국 안방보험 측이 실사 과정에서 발견된 매도인과 제3자간 소송건에 대해 명확한 소명을 내놓지 못해 계약 이행이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 미래에셋 측 설명이다.

미래에셋그룹에 정통한 한 증권사 IB본부장은 “메가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위험 발생으로 양자간 입장이 변한 상황에서, 최대의 결과를 얻기 위한 지난한 수싸움이 진행중”이라며 “다만 딜이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자 측에 유리한 요소가 적지 않고, 그동안 뿌려둔 수많은 딜들을 적절히 꺼내 수익을 조정할 수 있을 만큼 미래에셋이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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