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사태 도덕적 책임론에 행동반경 제약 받나

▲ 협회장에 취임한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적극적인 모습을 약속했던 나재철 금투협회장의 활동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제공=금융투자협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전년 말 전임 금융투자협회장의 유고로 생긴 공백에 이어 신임 협회장에 당선된 나재철 제5대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한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35년간 대신증권 CEO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업계 및 당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이끌어내 단순한 중재자의 역할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던 나회장의 실천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어수선한 업계 분위기 탓도 있지만 전년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불거진 도덕적 책임론 때문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는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된 취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2020년 신입직원 공개 채용을 조기에 실시한다”고 밝혔다.

협회측은 신입사원 조기 채용 결정의 사유로 “얼어붙은 고용상황으로 인한 취업준비생들의 어려움을 덜고자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채용진행을 통해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에 적극 부응하여 사회적 책무 이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가 말한 ‘정부의 노력’이란 전월 22일 관계부처 공동으로 마련된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 대책’을 지칭한다.

한 증권사 A대표는 이날 협회의 채용 조기결정과 관련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전 국민적인 노력에 동참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협회의 의사결정이 금융투자업계와 얼마나 교감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공공성을 갖는 금융투자업 특성상 협회가 정부의 입장에 공감하고 공익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은 좋지만,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가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과정에 회원사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한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A 대표는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을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의 실적을 보이고 있고,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지 못한 중소형사의 상황은 더 심각한데 정부 정책에 호응하는 속도 만큼 산적한 업계의 숙제 해소에도 적극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 자산운용사 B 대표는 “작년 협회장 선거전 당시 회원사 정책건의를 확대하고 업계의 의견이 정책에 잘 반영되도록 다양한 활동을 실행하겠다고 한 점이 호응을 얻어 높은 득표율로 협회장이 되신 나회장의 활동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당국 사람들과 만나봐도 발로 뛰셨던 전임 회장님 대비 신임 협회장으로서 활동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평가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아직 협회장을 맡으신 지 반년도 안된 상황에서 평가하긴 좀 이른 것 같다”는 설명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다 보니 외부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여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증권사 C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나 회장의 적극적인 외부 활동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총선 이후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책임자들이 속속 검거되고 구체적인 정황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협회장 당선 전 대신증권의 대표를 지낸 나 회장의 입지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판매당시 불완전 판매를 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단순한 위험성 고지의무 해태를 넘어 적극적인 가담 사실여부를 두고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당시 대신증권의 대표이사로서 최종 책임자였던 나 회장의 책임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C 대표는 “라임 사태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 전임 CEO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DLF사태와 관련해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과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 등에게 문책이 내려졌지만, 나 회장은 소속도 바뀌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업계를 대변해 금융당국에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는데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라임사태와 관련해 나 회장님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부분이 공식적으로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일각의 도덕적 책임론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