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나선 투자자들…”투자판단, 회사가 해선 안돼!”

▲ 삼성자산운용 로고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운용중인 상장지수펀드 ‘KODEX(코덱스) WTI 원유선물(H) ETF’의 운용 방식을 투자자 사전 고지 없이 변경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측은 전대 미문의 유가 급락 상황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투자자들은 회사가 투자자 동의 없이 임의로 운용 방식을 변경해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것에 대해 책임을 묻고 있다.

13일 삼성자산운용은 전월 27일 회사를 상대로 KODEX WTI 원유선물(H) ETF 운용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주로 WTI원유선물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4월 22일 피해주장 사건 발생 당시 주로 WTI 원유선물 6월물 73%와 WTI관련 ETF에 22% 투자되던 상품이 사전 고지없이 근차월물인 7,8,9월물로 분산 투자되는 롤오버가 진행돼 WTI 원유선물 6월물 34%, 7월물 19%, 8월물 19%, 9월물 9%, WTI관련 ETF 15%로 운용 내역이 바꼈다.

이 과정에서 폭락했던 WTI 원유선물 6월물의 가치가 뒤늦게 이틀연속 급등하는 일이 발생했고,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의 임의적인 운용 판단으로 인해 이 기간 얻을 수 있는 수익 회복의 기회가 상실됐다고 주장한다.

쟁점은 크게 세가지 정도로, 투자 판단 권한의 주체문제와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오해를 줄 수 있는 펀드 순자산가치(iNAV) 표기 오류 문제, 마지막으로 롤오버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로 요약된다.

첫째, 삼성자산운용의 투자 상품 롤오버가 회사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인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전문가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인지 여부다.

회사측은 6월물 중심에서 7,8,9월물로 분산한 이유로 “WTI원유선물 가격이 증거금 이하로 하락하게 될 경우 반대매매 등을 통한 포지션 상실로 인해 펀드가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서의 성격을 상실하게 됨”을 들었다.

이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S&P GSCI Crude Oil Index Excess Return’으로 ETF가 기초지수를 추종하기 위해서는 순자산의 100% 내외에서 WTI원유 관련 선물 계약의 수를 유지해야 한다. 문제는 WIT원유선물 가격이 원유선물 계약에 필요한 증거금 이하로 하락하면 펀드 내 현금을 모두 동원해 납부를 해도 정산에는 부족해 펀드 운용이 불가해 만약 6월물 가격이 추가로 급락하면 펀드 전액손실로 상장폐지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삼성자산측은 이로 인해 투자금 전액을 날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과감히 6월물을 매도하고 그만큼 근차월물로 분산투자에 나섰다는 설명이고, 투자자들은 그 과정에서 사전 고지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회사측은 “사전 고지를 하고 싶어도 이 ETF의 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매도의 규모가 커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를 악용한 다른 투자자들이 선행매도에 나설 경우 투자자들은 수급에 의해 더 낮은 가격에 6월물을 팔고, 이와 연동돼 근 차월물들은 더 비싸게 사야하는 상황이 생겨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에 투자중인 한 투자자는 “이런 상품에 투자하는 고객들은 다소 리스크가 있어도 이미 가격이 많이 내려간 상품에 투자해 반등시 수익의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많다”며 “투자자 보호라는 이유로 회사가 임의로 롤오버 의사결정을 하고 뒤늦게 통보하는 것은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혼선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둘째, ETF 실시간추정순자산가치(iNAV) 표기 오류 문제다.

롤오버가 일어난 4월 22일 밤 이후인 4월 23일과 24일 양일간 게시된 iNAV가 실제 펀드내 보유 원유선물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해 투자자가 잘못된 가치를 확인하고 투자판단에 나섰다는 문제다. 삼성자산측은 이에 대해 "이는 코스콤에서 발표하는 것으로 삼성자산운용에서 요청하여 원유선물의 가치를 반영하는 iNAV 산출을 위해 이틀간 로직변경과 테스트를 거쳐 다행히 주말까지 최선을 다해 수정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소송에서 쟁점으로 남을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핵심은 마지막 롤오버로 인해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다.

회사 관계자는 “4월 23일 펀드 가격 상승률은 4.3%인데 반해 유가선물 6월물 가격 상승률은 41.4%가 되다보니 투자자들이 롤오버로 인해 이 반등의 실익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오해가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원유선물 6월물의 하락률과 거래소의 시장가격 상하한 제한폭 규제(+/-30%)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21일 15시 30분 기준으로 $21.1였던 원유선물 6월물 가격은 22일 -48.6% 하락한 $10.89가 되었고, 그 다음날인 23일에는 다시 +41.4% 반등하여 $15.4가 됐지만 같은 기간 동안 본 펀드의 수익률은 위 상하한폭 제한 규제로 22일에는 -30%, 23일에는 +4.3%을 기록했다는게 삼성 측 설명이다.

즉, 기초 지수를 추종해야 하는 것이 ETF인데 시장의 상하한 제한이라는 시스템이 전대미문의 유가 등락 속에서 발목을 잡아 수익 회복의 기회가 상실됐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법무팀장은 “이 문제의 핵심은 경험해보지 못한 유가 폭등락 속에서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 할 방법이 없는 운용사가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로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가운데 시스템적인 불비사항마저 겹쳐 벌어진 일”이라며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고위험군 투자자들이다 보니 자신들의 투자권리 선택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 여러 정황을 고려한 유권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이 ETF에 투자중인 한 투자자는 “아무리 선의라고 하더라도 상품의 특성이 매니저 재량에 따른 액티브 펀드가 아니고 패시브(지수추종) 상품인데 회사측 이야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설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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