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바닥 확인에 주가는 상승
수익 안정성 확보가 숙제

▲ 놀라운 브로커리지 실적에도 충격적인 PI부문 실적 저하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키움증권 본사 사옥(제공=키움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1분기 실적공시 마지막 날인 지난 15일,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을 끝으로 주요 증권사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이미 시장 기대치(컨센서스)가 많이 낮아진 상황이었지만 막상 이를 숫자로 확인한 결과는 투자자 공포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업계 안팎에선 실적을 견인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8일 주식시장에서 15일 주식시장 종료 후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들의 주가가 상승하며 시장을 마쳤다.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은 장 초반, 전 거래일 공시에 따른 여파로 일시 주가가 하락하는 듯 했으나 바로 반등의 시동을 걸어 각각 1.98%와 0.73% 상승 마감했다.

특히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신규 고객 증가와 거래금액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던 키움증권은 오전 한때 -1.73%까지 하락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5.31%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이들 증권사들의 주가가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받지 않은 데는 이미 주가에 리스크가 모두 반영됐다는 업계 분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 금융담당 김고은 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주요 자회사 운용손실은 4월말 기준 60% 정도 회복했고, 4월 이후 ELS 부문 변동성이 축소되고 지수간 상관관계가 하락했다”면서 실적발표 기준인 3월말과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자회사 손익을 포함한 연결 손익 악화의 원인인 해외 주요시장 급락 이후 시장 회복 국면에서 평가손실을 상당부문 만회했다”고 설명했다.

ELS부문 운용 과정에서 파생상품 운용에 필요한 헤지 비용 증가로 실적이 하락한 삼성증권도 실적 발표 기준일인 3월말 이후 한달 반 동안 상당부분 평가손익을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IR팀장은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기며 신규투자자가 급등하는 구간에서 삼성증권은 리테일 자산이 10조 가까이 늘어났고, 고객수도 17만명 정도 늘어 향후 이를 통한 수수료 수입과 WM부문 활성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IB부문 실적도 전년 동기대비 늘어났고 트레이딩 부문의 일시적인 평가이익 하락은 확정 수익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는 홀가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동학개미운동 최대 수혜주인 키움증권은 놀라운 브로커리지 수익 상승 대비 자기자본투자(PI)부문 수익이 예측의 범위를 넘어서는 악화를 보였다.

브로커리지 실적이 전년 동기대비 130.6%나 늘어난 891억원을 신고했음에도 PI부문에서 1198억원 적자를 기록해 의외라는 반응이 많이 나온다. 어느 정도 악영향은 있을 것으로 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키움증권의 PI부문 실적 변동성에 대한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장기간 증권업계 베스트 애널을 지낸 삼성증권 장효선 연구원은 작년 8월 2분기 실적 발표 직후 키움증권 실적을 평가하면서, “PI투자의 성과가 실적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시황변동에 대한 리스크 익스포져(노출규모)가 높은 키움증권의 PI투자전략은 다양한 자산, 상품, 전략을 바탕으로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도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는 PI의 고유한 컨셉과 괴리가 있다”며 “PI운용 능력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 지속 여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다소 강경한 분석을 내린 바 있다.

다만 키움증권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일평균 신규 계좌 개설수는 2127건으로 경이로운 증가세”라며, 4~5월 시장 회복 국면에서 대규모 PI이익 가능성이 있어 증권업종 중 가장 (투자하기)편안한 종목”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그 역시도 “PI부문의 높은 이익 변동성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증권사 기획본부장은 “증권사들을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는 시각은 분리해야 한다”며 “여러 리스크가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투자 관점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중장기 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숙제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가 오는 7월 시행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의 규제안을 언급하며 “증권사들의 주요 먹거리 중 하나였던 부동산PF시장이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주거형PF에서 비주거형PF로 시장이 재편되면 한정된 투자자산을 두고 경쟁이 과열될 우려가 있다”며 “그동안 비교적 손쉽게 벌어오던 주거형 PF 시장이 죽고, 확대되는 변동성에 대비해 자금 운용은 팍팍해지면서 신규 영업이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트레이딩과 PI부문 손실에서 보듯 과열에 가까운 시장 상황에서, 브로커리지 수입 증가가 있다고 해도 WM과 연계된 운용손실과 PI부문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전체 실적 견인은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수익 확보가 증권사들의 숙제가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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