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일간투데이칼럼=이은형 책임연구원(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일반적으로 한국에서의 재개발(再開發)이란 노후주거지를 밀어내고 아파트단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라는 관련 법령도 이름을 보면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재개발사업은 사업지역에 위치한 토지나 건축물의 소유자들이 설립한 조합이 주체가 되어 진행된다. 그렇지만 소유자들의 이해관계 등이 다양하다보니 막상 재개발사업의 추진은 쉽지 않다. 재개발을 원치 않는다는 사업반대는 물론 조합원들간의 갈등도 터져나온다. 조합장을 위시한 조합의 비리는 언론매체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이다.

투명성이 부족한 재개발사업장이 많다보니 여기에 공공부문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하지만 민간이 주축이 되어 진행하는 이권사업에 공공이 참여하기는 어렵다. 한 때는 신탁회사가 정비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방안이 제시된 적도 있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들도 조합과 마찬가지로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영리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최근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의 주축인 '공공재개발 활성화'는 분명 참신하고 사회에 필요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일부 검토할 부분들이 눈에 띈다.

우선 기존 도시재생정책과 방향성 등이 상충될 가능성이 있다. 재개발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재개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기에, 대규모 재건축과 재개발을 배제한 지난 몇 년간의 도시재생은 분명 서민정책의 면모를 가졌다. 이는 3기 신도시가 지금의 핵심 주거공급대책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와 달리 공공재개발은 고밀도개발을 통해 서울 내의 주택공급을 늘려야한다는 의견을 반영한 면이 크다.

이주갈등과 사업리스크 등을 해소해 사업기간을 단축한다는 것이 실무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용도지역의 상향과 기부채납의 완화는 사업성을 높이는 요인이 맞다. 이는 지금까지 사업지에 따라 특혜시비도 벌어지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거와 상업시설, 지분률 차이 등이 얽힌 이해관계를 간단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통합심의까지 더해져 조속한 사업승인이 최우선 목적이 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실제로 기존 도심에서 고밀도개발이 이루어지면 일조권 침해같은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데, 사업인가의 소요기간을 단축한다면 저런 부분이 간과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그 밖의 장점도 지금으로서는 충분치 않다. 가령 지분형 주택은 집주인과 공공시행자가 지분을 공유하고 10년 뒤 매입할 때도 이익을 공유하니, 공공이 손해를 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오히려 10년의 공유기간은 추가분담금 여력이 없는 저소득 조합원의 내몰림 시기를 10년 연장할 뿐이다. 왜냐하면 재개발지역에서 경제력이 취약한 조합원은 10년 뒤에도 공공지분의 매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는 공공임대 입주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의 역차별도 된다.

리츠처럼 운영하는 수익공유형 전세주택도 마찬가지다. 임대기간이 종료된 뒤에 그때의 시세로 매각할 수 있을지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 등은 조합이 임대주택비율을 높이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를 희석하기 때문이다.

또한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공공이 함께 책임을 분담하는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공공재개발로 만드는 주택의 품질수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그렇다. 이런 식이라면 굳이 재개발조합들이 공공의 참여를 허용할 이유가 줄어든다.

결국 사업기간을 기존의 절반 이하로 단축하겠다는 공공재개발의 특징이 실행단계에서 의도치않은 피해를 수반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재의 단계이다. 따라서 동 제도에서 시급한 것은 빠른 시행이 아니라 충분한 의견수렴과 보완이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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