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시속 171km '막 달리는' 스쿨존
민식이법 시행 신호등 설치 등 의무화
운전자 의식 개선 '어린이 안전' 관건

▲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유경석 기자] 우리나라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일평균 4.8명에 이른다. 그중 2.5명(52.1%)이 도로폭 9m 미만 생활도로에서 목숨을 잃는다. 이는 보행자를 무시한, 운전자 위주의 도로 환경 때문으로 평가된다. 현행법 상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도로의 경우 차량의 통행이 보행자보다 우선시 된다. 이는 보행 수요가 많은 집이나 상점가 근처 주변 골목길도 예외는 아니다. 보행자의 안전과 보호, 생활환경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까닭이다. 스쿨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2016년 480건, 2017년 479건, 20185년 434건에 달한다. 매일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간투데이는 생활도로 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블록포장의 효용성을 살펴보는 기획 시리즈 총5회에 걸쳐 취재·보도한다. [편집자 註]

[글싣는 순서]
1. 매끈한 스쿨존…강화되는 주행단속 '엇박자'
2. 어린이를 보호하자는데…화내는 운전자 '왜?'
3. 블록포장 늘렸더니…사고·미세먼지가 줄었다
4. 스쿨존 과속단속카메라 지원하는 bhc…민간 참여 관건
5. [인터뷰] 유 용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 "어린이 안전…21대 국회 집중해야"


2017년 충북 충주시 연수동 주동2단지 앞에서 171km/h로 달리던 쏘울 차량 한 대가 스쿨존 내 속도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보다 앞서 2015년 전북 정읍시 내장산로에서 시속 146km/h로 달리던 아반떼 차량이 스쿨존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속도카메라에 찍혔다. 각각 해당년도 최고 속도를 기록했다.

사진=일간투데이

이는 운전자가 스쿨존 내 과속단속장비가 부족한 점을 악용한 결과로 이해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어린이 보호구역 1만6789개소에 설치된 단속장비는 789대로 설치율이 4.7%에 불과한 실정이다.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초등학교 6083개소 중 보도가 없는 구간이 아직도 1834개소(30%)에 달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7년 과속 무인단속 건수는 32만5851건으로, 이는 2016년 13만1465건에서 248% 증가했다. 최다 적발지역은 서울 인수초등학교 앞 스쿨존으로 2017년 한 해에만 무려 1만1644건이 적발됐다. 서울 숭미초등학교 앞 스쿨존 1만7937건, 울산 수암초등학교 앞 스쿨존 9935건이 뒤를 이었다.

최근 3년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16년 8명, 2017년 8명, 2018년 3명에 이른다. 교통사고 건수와 부상자는 2016년 480건, 510명, 2017년 479건, 487명, 2018년 434건, 473명이다.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0년간 스쿨존 내 교통사고 5415건으로 69명이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스쿨존, 즉 어린이 보호구역은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1995년에 최초 도입돼 시행중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각종 시설이 설치돼 있고, 운전자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교통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의 기준 또한 높게 설정돼 있다.

이처럼 어린이 보호구역은 운전자에게 특별한 안전운전 의무가 부여된 지역이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별다른 경각심 없이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어린이 보호구역 내 사고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과속, 신호위반, 불법 주정차 등 안전운전의무 불이행과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 전체 사고의 65.2%를 차지했다.


민식이법 등 어린이 생명안전 5개 법안은 이런 배경에서 비롯됐다. 민식이법 은 무인단속장비와 신호등 같은 교통안전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 또는 상해를 입은 경우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하준이법은 주차장에서 주차 시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을, 해인이법은 어린이 시설관리 주체 및 종사자는 어린이가 위급한 상태인 경우 응급처치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내용을, 한음이법은 어린이 통학버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태호-유찬이법은 체육교습업체에서 운영하는 통학 차량을 어린이 통학버스에 포함하는 내용을 각각 담고 있다.

교통사고 발생건수와 사망자수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5.6명보다 3.5명이 더 많은 9.1명에 이른다. 특히 후진국형 교통사고 유형으로 분류되는 보행사망자 비율은 OECD 평균 19.2%의 두 배에 달하는 38.8%에 달한다.

이는 자동차 중심의 도로포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점가나 집앞 등 생활도로는 물론 스쿨존 대부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으로 고속도로와 동일한 방식으로 포장되고 있다.

이런 결과 집 주변 생활도로에서 빠른 속도로 주행하는 차들을 걱정해야 하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세심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운전자 편의를 위한 도로 정책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단속은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단속, 이동식 과속 단속 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노상주차장을 폐지하고 안전 펜스 설치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현행법 상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주 출입구와 연결된 도로의 노상주차장만 불법인 까닭에 이면 도로의 노상주차장은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쿨존 이외 어린이가 많이 활동하는 주거지역이나 인근 상업지역 등에서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근본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재학 한국교통연구원장은 "최근 10년간 어린이 인구가 연평균 2.4% 정도 줄고 있는데, 보호구역 100개소당 어린이 교통사고가 8.2% 정도 줄어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어린이보호구역은 설치만 하고 유지·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보호구역 내에서 법을 어기고 운전자들이 부주의하게 운전할 경우 보호구역은 무용지물"이라며 적극적인 실천을 당부했다.

조윤호 중앙대 교수는 "스쿨존을 비롯 생활도로에 가장 적합한 기술은 블록포장"이라며 "차량 내 소음을 유발해 운전자의 저속 주행을 약 15~20% 저감하도록 유도해 안전을 확보할 수 있고, 국민생활에 밀접한 생활도로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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