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동산부 송호길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수주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클린 수주'를 다짐한 만큼, 경쟁사를 비방하거나 불법 홍보를 하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거 아니냐는 물음에 한 건설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러나 설명과는 달리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현장에서 자사의 강점을 부각하기보다는 경쟁사를 비방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뿐만 아니라 조합원들과 개별 만남을 가지는 등 불법 홍보를 자행하며 과열 수주 우려를 낳았고, 급기야 소송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클린수주 시범사업장 1호로 지정된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 바이러스 충격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건설사들의 일감확보가 시급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혼탁한 수수전이 된 점은 안타깝다.

지난주 열린 시공사 합동설명회에 최고경영자가 직접 참석해 업계에 이목을 끌었다.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와 김형 대우건설 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성공적인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회사가 내세운 제안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과열된 수주전의 핵심인 두 건설사의 리더는 대중 앞에서 과열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고개 숙이지 않았다. 오로지 조합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큰절을 올릴 뿐이었다.

혼탁한 도시정비사업 시장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수주 물량은 한정적인데 코로나19 충격으로 주택시장마저 크게 위축돼 있다. 먹거리를 두고 과열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조합원들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며 출혈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나치거나 과도한 경쟁은 되레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 낡고 허름한 집에서 수십 년간 살아온 주민들의 재산권 보호는 물론 주택공급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 불과 지난해 한남3구역의 경우 과열 경쟁으로 사업이 한 차례 파행된 바 있었던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현장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빠른 사업 추진을 기대했다.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은 결국 조합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을 되뇌어야 한다.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에게 클린 수주를 약속한 만큼, 성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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