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대한건설정책연구원)] 도시재생의 범위에는 엄연히 재개발과 재건축이 포함된다. 한때 우리에게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인지도가 높았던 일본의 록본기힐스가 좋은 예시이다. 활용가능한 공간을 기존보다 넓게 확보할 수 있고 건축물의 수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철거를 통해 기존의 부지를 평탄화하고 신축건물을 세우는 것도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재개발과 재건축을 배제한 도시재생이 대두되면서 시류에 편승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었다. 이전까지는 도시재생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전문가를 자처하며 등장하다보니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도 비슷해졌다. 낡은 건축물을 다시 꾸며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개념이 실상은 종전까지 리모델링이라고 통용되던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러한 정책기조가 근간이 되면서 서울처럼 사업지가 부족한 대도시의 도심에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일은 요원해졌기에, 3기 신도시가 주택공급의 중심이 되었다. 사실 서민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도시재생이 틀린 것은 아니다. 정책의 충분한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주장도 언론매체를 통해 꾸준히 인용되면서 위세를 이어왔다. 내용은 간단하다. 도심내의 고밀도개발을 통해서 주택의 공급을 늘리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외곽의 빈땅과 달리 기존 도심에서 용적률을 높여 건축물을 새로 짓는 것이 의도치않은 부작용을 수반한다는 점을 간과한다. 최근 인천도시공사의 뉴스테이 사업장이 일조권을 침해한다며 인근 아파트에서 제기한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인 것이 한 예이다.

때로는 고밀도개발과 도시경쟁력과의 관계를 논하면서 프랑스 파리의 구도심을 한 사례로 다룬 책이 인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며 일찌감치 구도심을 갈아엎었다면 지금 우리가 가진 파리라는 도시의 낭만적인 이미지는 사라졌을 것이다. 현대식 고층건물과 주거단지를 보려고 파리를 찾는 관광객은 지금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주된 이유는 고밀도개발을 주장하는 측의 대부분이 경제성과 수익에 관한 숫자 이외의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높게만 지어서 연면적만 넓히는 개발이라면, 온라인에 떠도는 닭장같은 홍콩의 아파트사진처럼 만들면 그만이다.

작년 말에 제시된 ‘광역교통 2030 대책’의 의의는 이런 배경에서 보아야 한다. 도심이 아닌 외곽에 주택공급을 늘린다면 일자리가 밀집한 도심으로 연결되는 대량운송수단의 구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도시경쟁력을 논한 앞서의 책도 제시하는 내용이지만, 서울안에 주택공급을 늘려야한다는 측에서 언급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때문에 적어도 현재의 주택공급정책에서는 광역교통망의 확충에 대한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은 없다.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를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설령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진행될 것이다. 더구나 광역교통망의 구축은 기본적으로 장기사업이기에 설령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 등이 적용되더라도 완공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렇다보니 예산이 선배정되더라도 금년처럼 불용예산으로 분류되어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으로 쓰이는 것이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다만 경기부양에 건설투자가 중요하더라도, 광역교통망의 조기착공이나 완공자체를 최우선목표로 잡아서는 안된다. 지금도 지하철이나 터널공사현장의 인근에서는 건축물의 균열같은 민원이 종종 발생하지만, 피해인정과 보상 등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빠른 사업추진은 그만큼 사업추진의 완성도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주요약력

▲공공기관 자문위원(부동산·민간투자사업 등) 다수 ▲건축·경관·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다수 ▲도시·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다수 ▲명예 하도급 호민관·민간전문감사관 ▲한국산업인력공단 출제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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