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사망자 OECD 최하위 수준
교통사고 감축 목표 안전속도 5030 추진
1km/h 낮출 때 부상 5%·사망 7% 감소
블록포장시 주행속도 평균 4km/h 감축
윤종기 이사장 "교통안전의식 선진화·지속가능 교통

▲ 전북 남원시 춘몽 향단로 어린이보호구역 차도블록 현장. 사진=대일텍

[일간투데이 유경석 기자] 4·15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눈길을 끄는 행사가 열렸다. 21대 총선 교통안전 공약설명회. 교통안전을 공약화하는 후보를 선택하겠다며,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녹색어머니중앙회·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공동주최하고 국회교통안전포럼이 후원한 행사였다. 2018년 기준 21만714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망 3781명, 부상 32만3037명(보험통계 200여만명)에 달하는 현실을 봉사현장에서 경험한 까닭이다. 교통안전을 확보하려는 국회의원이 절실한 배경이기도 하다.

[글싣는 순서]
1. 매끈한 스쿨존…강화되는 주행단속 '엇박자'
2. 어린이를 보호하자는데…화내는 운전자 '왜?'
3. 블록포장 늘렸더니 사고가 줄었다
4. 과속단속카메라 지원 나선 BHC
5. Interview 유 용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

2018년 기준 교통사고 사망자 3781명 중 1487명(39.3%)이 보행 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자동차 승차중 사망 1341명(35.5%)보다 146명(3.8%p)이 많다. 특히 폭 9m 미만 도로, 즉 골목길의 사고건수는 62.6%에 달하고 사망자 수는 52.6% 달했다. 보행 사망자 수는 OECD 국가 최하위 수준이다. 2016년 기준 한국 보행 사망자 비중은 39.9%로, 이는 OECD 국가 평균 19.7%보다 두 배 이상이다. 7%로 가장 낮은 네덜란드보다 5.7배나 높다.

이는 보차혼용도로(보도가 없어 보행자와 차량이 혼재돼 있는 도로)의 차량 제한속도의 차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 헬싱키 교통국 조사결과 차량속도 20㎞ 초과부터 사망률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률 제로(ZERO)를 위해 보차혼용도로 제한속도를 20㎞ 이하로 낮출 것으로 제안하는 까닭이다.

각국마다 보행안전을 위한 도로환경 개선대책이 점차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본엘프(Woonerf)·존30(Zone30)을, 영국은 홈존(Home zone)·20마일존(20mph zone)을, 프랑스는 만남지역(Zone de Rencontre)·존30(Zone30)을, 독일은 교통진정구역(Verkehr sber uhigter bereiche)·스쿨존(Schule zone)을, 미국은 지구교통관리프로그램(NTMP)·어린이보호구역(School zone)을, 일본은 커뮤니티존(Community zone)·노인보호구역(Silver zone)을 각각 운영중이다.

특히 보행사고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도로환경을 바꾼다는 점은 공통적인 현상이다. 사람중심 도로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보행자를 위해 유효보도폭을 최소한 1.5m를 확보하고 휠체어가 교행이 가능하도록 최소폭을 2.0m를 준수하고 있다. 동시에 차도폭을 최소화해 보차공존·혼용도로의 기능을 높일 수 있도록 과속 및 불법 주정차를 차단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정부는 보행안전을 위해 안전속도 5030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부 내 기본 제한속도 50㎞/h, 보호구역·주택가 주변 등 보행자 안전이 필요한 지역은 30㎞/h, 특별히 소통이 필요한 도로는 60㎞/h로 지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덴마크와 독일의 경우 도시부 속도를 기존 60㎞/h에서 50㎞/h로 낮추자 덴마크는 사망사고(24%)·부상사고(9%)가 낮아졌고, 독일 역시 교통사고(20%)가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부산시 역시 안전속도 5030을 추진해 보행사고(37.5%)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교통사고 절반 감축을 목표로 민관합동 안전속도 5030 협의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사람중심도로 설계지침을 연구키로 해 관심을 끈다. 도로 설계도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람 우선'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안전성‧편리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교통사고를 예방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기존 도로설계 패러다임을 전면 수정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람'의 안전을 강화하고 편리성을 확보하는 등 과거 교통정체 개선, 지역 간 연결 등 간선기능 확보를 위해 차량 소통 위주의 도로 양적 증가에 주력했던 것과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제한속도 15존 설계기준 마련키로 한 점이 주목된다. 주거지, 어린이보호구간 등에서 차량보다 보행자가 우선인 도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차량속도를 15㎞/h 이하로 저감할 수 있는 도로설계 기법을 새롭게 도입할 계획이다.

최근 보행자 교통사고가 지속되는 주거지 인근의 도로를 발굴해 제한속도 15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효과분석 및 추가 개선점 발굴 등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의 안전‧편리성 향상을 위해 기존에 운영 중인 도시지역도로 설계지침, 고령자를 위한 도로설계 가이드라인 등 설계기준은 사람중심도로 설계지침에 통합할 방침이다.

향후 주거지 인근과 스쿨존 등 제한속도를 현행 30㎞/h에서 15㎞/h 이하로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경우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 설치를 비롯 불법 노상주차장 폐지 등으로 실효성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의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시설별 제한속도 준수 영향분석에 따르면 평균통행속도를 1㎞/h 낮출 때 부상 5%, 사망 7%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행속도를 줄이는 것이 어린이 교통사고를 낮추기 위한 핵심요소인 것이다.

현재 속도를 낮추는 시설로 보호구역 주의표지, 보호구역 노면표지, 무단횡단방지펜스, 과속방지턱, 고원식 횡단보도, 편도차로수, 방범용 CCTV, 속도규제표지 등이 설치돼 운영중이다.

연구결과 제한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 중 과속방지턱, 무단횡단방지펜스, 고원식 횡단보도, 보호구역 노면표지, 보호구역 주의표지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운전자가 불편을 느끼는 정도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14세 이하 어린이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수. 자료=도로교통공단

'사람 우선'을 위한 안전한 도로정책은 결국 차량속도를 낮추는 것으로 귀결된다. 구체적인 방안 중 서울시가 추진중인 초등학교 주변 보행로 시범사업이 눈에 띤다. 도로구조를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보행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것으로, '차량운전자는 진땀! 보행자는 여유!'가 목표다.

차선을 없애고 보차 구분없이 도로 전체를 친환경 차도·블록을 설치할 계획이다. 차량은 지그재그 운행을 유도하고 어린이 휴게공간 등 보행 친화시설물을 설치해 물리적인 차량 속도 감속과 불법 주·정차 방지 효과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이면도로 시범사업 대상지로 동작구 은로초교 200m 구간, 마포구 소의초교 280m 구간, 노원구 공연초교 200m 구간, 서초구 이수초교 300m 구간, 강서구 가양초교 300미터 구간, 중랑구 신현초교 120m 구간, 용산구 청파초교 250m 구간 총 7개소가 선정됐다.

또한 학교부지를 활용한 통학로를 확보하기 위해 동작구 영화초, 성동구 경도초, 광진구 동자초, 은평구 역촌초 4개소가 선정됐다. 현재 한국블록협회가 설계·자재선정·시공사 선정은 물론 시공 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모니터링 용역을 수행중이다.

보차혼용도로 등 블록포장은 전북 남원시 춘몽 향단로 어린이보호구역, 세종시 조치원중심가로, 경기 부천시 삼성물류센터 앞,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서울 중구 서애로, 서울 강동구청·서초구청 주차장, 경북 경주시 건천휴게소, 경기 광명시 VR광산체험관, 충북 청주시 청주SCIENCE 프라자 등에서 도입하고 있다.

'사람 우선' 도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가 블록포장을 선택한 것은 저속도로와 아름다운 도시 미관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블록포장은 심미성과 함께 속도저감 효과로 지속가능형 도시계획으로 평가되며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다.

블록포장 시공비는 1㎡당 5만원 선이다. 이는 4만원 선인 아스팔트포장 시공비보다 1만원(25%) 비싸다. 반면 온도를 낮추기 위해 가로수를 심는 비용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시공비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적외선 온도계와 웨더 스테이션 측정결과 대기온도 34.3℃의 경우 블록포장은 36.8℃로 아스팔트 포장 43.4℃보다 6.6℃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로수 식재시 포장 표면온도를 평균 2.5℃를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블록포장이 오히려 경제적인 셈이다.

도로 파손 시 블록포장은 개별적 교체가 가능하나 아스팔트 포장은 균열 면적 전체를 보수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규모라고 가정할 경우 총 보수비용은 더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물이 통과할 수 있도록 제조된 투수블록의 경우 포장 위 잔여하는 먼지가 없어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 대비 비산먼지 저감효과를 얻는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원활한 표면 배수 성능으로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고 블록의 표면 공극이 타이어와 노면 사이의 에어펌핑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차량 내 소음을 유발해 주행속도 역시 15~20%, 즉 50㎞/h 주행시 평균 4㎞/h를 낮추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통행속도를 1km/h 낮출 때 부상 5%, 사망 7%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 조사결과에 대입하면 부상 20%, 사망 30% 가량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OECD 등 교통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교통사고의 폐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했고,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지만 각종 안전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정부는 물론 관련기관 및 단체 그리고 국민 모두가 교통안전의식의 선진화와 지속가능한 교통안전 정책의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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