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매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송현동 부지는 호텔 건립 등으로 중부교육청과 수년간 소송 전을 벌인 대한항공 알짜배기 땅으로 알려졌다.

2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 등을 포함해 총 2조원 자본 확충 계획안을 제출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이곳에 지하 4층~지상 4층 150실 규모 7성급 한옥호텔을 지을 예정이었지만 ‘학교보건법’의 벽을 넘지 못한 채 호텔 건립 계획은 무기한 연기됐다. 송현동 부지 주변에는 풍문여고(현 풍문고)와 덕성여중·고가 있다.

결국 2008년 6월 대한항공이 삼성생명으로부터 2천900억원으로 송현동 부지를 매입한 이후 서울중부교육청과 지난한 소송전이 전개됐다. 대한항공은 재벌기업의 체면까지 버리고 교육청과 소송 전을 벌인 배경에 대해 여론의 반응도 냉담했으나, 대한항공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2010년 1심에 이어 2012년 1월 2심에 연거푸 패소한 후 2012년 6월 대한항공은 서울시 중부교육청을 상대로 결국 대법원의 패소 확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한 달 후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등 호텔건립을 위한 암초 제거에 매진했다.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문화재청의 관련 심의도 대한항공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송현동 일대는 북촌지구 단위계획구역에 포함돼 건축물 높이는 16m 이하로 제한되고,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폐율 60%·용적률 200%·4층 이하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현안을 타개하기 위해 정치권에 손을 뻗었다.

이후 호텔 건립을 위한 법안이 잇따라 통과됐다. 2012년 10월 관광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한항공이 학교 인근에 호텔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을 터 줬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해시설 없는 관광호텔 건립 지원계획’ 발표한 이후 2014년 6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완성되면서 대한항공의 호텔 건립의 꿈은 마지막 퍼즐을 향해 달려갔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르면, ‘지역별로 기능을 구분해 용도 지역을 지정하고, 용도지역제를 보완해, 행위 제한 등을 적용하지 않으며, 용도구역을 신설해 도시 정비를 촉진하자’는 내용이 골자를 이뤘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별도의 용도구역을 신설하는 대신, 토지이용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결국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에 호텔건립에 경제 활성화의 논리적 타당성까지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정치권의 법률적 제도적 지원을 등에 업은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사장의 '땅콩회항'이라는 대형 악재 로 인해 정치권의 동력도 상실하면서 대한항공이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호텔사업이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최근 현금유동성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은 결국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서울시와 매매대금 협상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의 가격을 현재 감정평가액의 절반 수준인 2천 억원대에 팔라고 압박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서울시 한 관계자는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에 대해 특정 가격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한 후 협상을 진행 중이며, 매각 대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며 “언론에서 제기한 부분에 대해 당혹스럽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해명자료를 통해 “송현동 부지는 그간 호텔, 관광문화시설 등 민간 개발을 추진했으나, 경복궁과 인접하고 600년 한양도읍과 문화적 결이 맞지 않아 시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했으며, 교육환경 및 도시계획적 상황으로 인해 개발이 무산돼 수십 년간 방치돼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토지 등 자산 매각이 대한항공의 현금 유동성 확보의 성패를 가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두고 서울시와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서울시가 서둘러 해명자료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감정평가라는 것에 대해 양측의 입장도 달랐다.

서울시 관계지는 “송현동 토지에 대한 가격을 책정할 수 없다”며 “해당 부지는 향후 복수의 감정평가 기관을 통한 평균값을 산출한 가격이 제도적·법률적 수준에 부합한 가격으로 도출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 매입 금액이 2900억 원이었다”며 “2000억이라는 액수에 대해 더 이상 말씀 드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라고 최소 마지노선 금액을 암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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