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서 깊은 비영리 민간 경제연구소인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가 한국의 개방형 방역정책에 대한 호평을 내놨다. 봉쇄형 유럽식보다 개방형 한국식이 국민총생산(GDP)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음을 연구 분석한 내용이다.

NBER은 지난 1920년에 설립된 미국 경제에 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소로 미국인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31명 중 16명이 이 연구소와 관련된 만큼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다.

바로 그 NBER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과 관련한 한국식 대응이 영국식 셧다운 대응보다 국내총생산(GDP)에 손실을 덜 가져올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이 연구소는 코로나 19사태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올해 1월∼11월 GDP 손실 누적은 30%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차별 봉쇄'를 뜻하는 영국식 대응은 20%, 항체 보유자에게 기업 활동을 할 수 있게 비자를 발급하는 방식의 대응은 10%, 한국식 대응은 7%의 손실을 각각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모든 경제활동을 멈추는 게 유럽식이라면 공격적 진단과 추적이라는 한국식을 비교해 어렵긴 해도 한국식 대응이 경제에 가장 적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이다.

코로나 19가 지난 1월 20일 기점으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확산 속도가 태풍처럼 몰아치자 전 세계가 하늘길과 뱃길을 봉쇄했지만, 한국만은 개방한 채 오는 이들을 위해 그야말로 공격적 진단과 추적을 통해 코로나 19 차단에 혈투를 벌이고 있다. 각국은 국가 간 봉쇄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마저 이동제한령을 뒀지만, 한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다양한 방역수칙을 적절히 구사하는 선에서 경제활동에 걸림이 없도록 한 정책을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회 등 비경제적 활동으로 인한 집단 감염의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도 방역 당국이 감염증이 의심되는 사람에 대한 신속한 추적과 진단을 통해 추가 확산을 차단하는 소위 개방형이 한국식이라는 표준을 NBER이 만들어준 셈이다.

제한을 두지 않은 공격적 추적과 진단은 우리 의료계와 방역 당국이 만든 개방형 모델이다. 이를 봉쇄형 영국식과 대별해서 NBER이 GDP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국 최고가 세계 최고임을 다시 한번 평가받은 쾌거라고 본다.

우리 조선산업과 반도체산업이 일찍이 종주국의 기술을 도입해 이를 세계 표준으로 끌어올렸다면 K-방역 분야에서도 우리식 대응이 세계 표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포스트 코로나는 또 다른 표준을 만드는데 각국의 각축장이 될 수 있다. 대면과 비대면이라는 상황에서 각국이 최악의 침체 경기를 얼마나 빨리 회복시키는지를 시험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비경제활동으로 인한 집단 감염을 차단함과 동시에 경제 활성화 조치를 병행해야 하는 선제적 정책이 그렇다. 정부가 코로나 19사태로 애초 올해 예산인 513조5천억 원의 3분의 2 규모를 추가 경쟁예산(추경)을 편성해 추락하는 경기를 차단하려는 공격적 정책이 선순환 효과로 나타난다면 이 역시 세계 경제사에 한국식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포스트 코로나는 대면과 비대면의 고전적 경제 틀에서 비대면의 디지털 경제로 체질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 경제는 선후진국이 따로 없을 만큼 새로운 모형을 누가 설계하고 구축하는지가 표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슈퍼 추경의 선택과 집중은 정교해야 한다.

마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공격적 추격과 진단처럼 포스트 코로나 비대면 디지털 경제 구축에 선택과 집중에 정부 경제팀의 분발을 지켜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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