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 사실상 '재벌 해체' 법안 발의 예정
유명무실 '이사회' 개선 기대
美, 1인주주 주주대표소송 제기 가능

▲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재벌개혁이 21대 국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고, 주주가 이사해임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법 개정이 추진된다. 유치원3법을 통과시킨 박용진 의원이 21대 국회 개원과 함께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상징적이다.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본시장법(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을 위반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략팀장도 함께 구속 위기에 놓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뜨린 것과 삼성바이오의 회계 사기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국회의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기업지배구조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대외 경제상황이 급변했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지만 제도적 뒷받침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용진 의원은 ▲감사위원의 독립성 확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전면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중이다. 기업 총수 일가를 견제하고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것. 재벌기업의 불법 행위 이면에는 유명무실한 이사회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사회가 경영진의 불법경영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기업 지배구조의 기본원리인 까닭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 합병 사건으로 손실을 입은 주주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진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이사회는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 총수인 조현준 이사가 개인이 구매한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가 고가 구매를 지시한 배임 혐의가 알려졌다. 하지만 효성 이사회는 개최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수기 이사회’라는 비난을 초래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외국과는 사뭇 다른 행태다. 미국 대기업이나 유럽 총수일가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등을 눈감아 주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소수주주나 연기금들이 이사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법원은 거액의 징벌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1인의 주주라도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법상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의 주식을 가진 주주만 가능하다.

재벌개혁에 국민연금공단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단계적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상장 대기업에 대한 지분은 5-9%수준으로 알려졌다. 만약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한다면 현재와 같이 총수의 이익을 대변하고 배임행위를 하는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견제역할을 이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가 저배당을 이유로 2018년 5월 첫 공개대상이 된 바 있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혐의에 대해서는 주주 대표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에 가담하면서 최소 7000억 원, 최대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었지만, 이재용 부회장이나 삼성물산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개정을 약속했다.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전횡을 막고 시장에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집권 후반기에 다다른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과연 재벌개혁이라는 한국경제사의 새로운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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