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별 기능·구조 상이…아스팔트 획일
도로구조 적합 포장 보행자 안전 도모
유용 위원장 "블록포장으로 속도 감소…안전 확보할 것"

▲ 유 용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이 집무실에서 일간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유경석 기자] "제일 중요한 것은 고속도로처럼 시속 100㎞로 달릴 수 있는 도로와, 도심지 50㎞ 도로, 스쿨존이나 골목길과 같이 30㎞인 도로가 똑 같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포장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쿨존은 고속 주행이 필요한 도로는 아니니까요."

유 용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사진)은 4일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치고 싶어서 사고를 내는 운전자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하고 "보행친화적인 도로에는, 보행자는 안전하고 운전자는 불편하도록 차도블록으로 시공한다는 큰 원칙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싣는 순서]
1. 매끈한 스쿨존…강화되는 주행단속 '엇박자'
2. 어린이를 보호하자는데…화내는 운전자 '왜?'
3. 블록포장 늘렸더니 사고가 줄었다
4. 과속단속카메라 지원 나선 BHC
5. Interview 유 용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장

유 용 서울시 기획경제위원장은 안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서울시 도심부 도로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8월 도심 보행자 안전을 위한 도로 개선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도로 공간 재편으로 도로가 차량 통행을 위한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수단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보행중심으로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보행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을 위해서는 도로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 소음, 안전문제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

특히 도심부도로는 요구 성능에 맞는 포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속도로에는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을 하되, 저속도로에 무조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저속도로에는 저속에 적합한 포장을 해서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용 기획경제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심각한 표정이었다.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쾌적한 도심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행정차원에서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은 탓이다.

"도로 공간재편이 필요합니다. 도로가 차량 통행을 위한 공간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해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을 축소한 후 이를 보행자, 자전거, 대중교통수단이 더불어서 함께 이용하는 공유공간으로 활용해야죠."

서울 도심이 차 보다 사람이 우선인 도시,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 1970년대 6만대에 불과했던 자동차 등록대수는 승용차 증가세로 인해 1990년에 100만대를 돌파한 이후 2019년 기준 312만대가 등록돼 운행 중이다. 도로면적 1㎢당 3만6000대로 1999년 보다 약 23.8% 증가했다.

도시화가 완성단계인 서울시의 경우 신규도로의 대규모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도로 공급 증대로 차량 정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한 시대는 이미 1990년대부터 도로 수요관리 정책으로 전환해서 추진하고 있다. 승용차 이용자들이 운전대를 놓고 다른 대중교통으로 탐색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 환경을 개선하고 편의성을 감소하게 되면 승용차 이용을 포기한 통행자들이 대중교통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차도블록 설치 현장.사진=한국블록협회

물론 운행불편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도심부 도로는 자동차 위주로 설계돼 신속한 자동차 주행이 가능했다. 운전자에게는 편리한 반면 보행자는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하지만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정책을 바뀌면서 보행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쾌적한 환경을 위해 도로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 안전문제 등은 시급한 해결과제가 되고 있다.

집앞 골목길 등 생활도로에서 늘어나는 사망사고를 줄이고, 보행자 안전을 위해 블록 포장을 적용해 서울 도심이 사람 중심의 안전하고 쾌적한 도심으로 탈바꿈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2018년 한 해 동안 차대 사람의 교통사고가 약 1만건 발생해서 182명이 사망할 정도로 도로상 시민의 안전문제가 시급합니다. 고속도로는 시속 100㎞, 도심부 도로는 50㎞, 학교 앞 도로 등의 생활권 도로 등은 시속 30㎞ 이하로 도로별 기능과 구조가 다른데 이러한 교통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모두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운영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시 도심부 도로 현안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는 '산 넘어 산'이다. 현재의 도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 지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얼굴'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2년 초 "보도(步道)는 행정의 쇼윈도"라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보도 공사장의 관리 수준만 살펴봐도 그 도시의 행정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시장 취임 직후 '보도블록 10계명'을 발표한 이후여서 눈길을 끌었다.

네덜란드 차도블록 설치 현장.사진=한국블록협회

이는 도로의 표면을 바꾸는 포장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도심부도로, 이면도로, 주택가도로 등 생활권과 지역의 도로사정의 목적에 맞게 다양한 포장재가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포장기술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속도로에는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포장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속도로에 무조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깔아선 안 됩니다. 저속 도로구조에 적합한 포장을 해서 보행자의 안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황희연 LH토지주택연구원 원장 역시 저속 도로에는 블록포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황희연 원장은 주민참여형 청춘 조치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추진한 장본인이다.

황희연 원장은 차도블록을 제안한 것과 관련 "보행자 편의성을 높이면 상권이 살아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보행친화적 도로 만들어 광장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 거리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커먼 아스팔트 도로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과,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데 주저하는 공무원의 불신 등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모든 것을 사람우선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유용 기획경제위원장의 마음은 더 급해졌다. 운전자가 더 주의하면서 운전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게 해 궁극적으로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인데, 과잉 처벌이라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취지를 벗어난 논란인 탓이다.

"민식이법의 진짜 목적은 처벌이 아닌 예방입니다. 진정한 예방을 위해서는 처벌 강화와 더불어 사고 안 날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행법과 기존 판례를 감안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한 우려라고 판단됩니다. 스쿨존에서는 차보다 보행자가 우선돼야 하고, 차도블록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와 교통사고 발생 시 과실이 몇 %가 나오더라도 과실유무에 상관없이 운전자가 처벌을 받게 된다.

민식이법 중 도로교통법에 해당하는 내용은 스쿨존에 신호등과 단속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고,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해당하는 내용은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13살 미만 어린이가 사망하게 되면 운전자가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고,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민식이법이 과잉 처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운전자의 무과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과, 형벌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반해 민식이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은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점과 과잉처벌은 일어나지 않을 것을 주장하며, 양측의 의견이 상반되고 있다.

다만 현행법에서는 어린이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현행법과 기존 판례를 감안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이라는 주장은 다소 과한 우려라는 입장이다.

"아스팔트 포장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거나 빨간 페인트 칠만 해놓고 자동차 속도가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시민들의 인식개선이나 교통안전문화와 여러 가지 규제시설에 의존하기보다 가장 우선시 돼야 할 부분이 블록 포장 등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속도의 감소가 생활도로에서 안전 확보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네덜란드 차도블록 설치 현장.사진=한국블록협회

과속방지턱이나 과속단속카메라 등을 설치하더라도 운전자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과속방지턱이나, 단속 카메라에서만 속도를 줄이고 이내 가속 페달을 밟는 관행을 지적한 것이다. 표지판으로, 제도로, 아니면 교통문화로,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요소는 없지만 무엇보다도 선행돼야 할 것은 강력한 속도제한 정책과 함께 도로 구조개선을 통한 물리적 시설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사람들의 인식변화와 교통안전문화의 정착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의 목적은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 공간 확보와 통과 차량의 속도 제한이다. 교통사고 예방이 궁극적인 목표다.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적힌 노면표시, 과속방지턱은 제도의 효용성에 의문을 남긴다. 포장재 색상과 노면표시 역시 시각적인 요소일 뿐 운전자의 행동 또는 심리상태를 변화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까닭이다.

이런 결과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되는 표지와 규제만으로는 효용성이 저하된다는 지적을 받는다. 스쿨존이나, 생활도로에서 사망사고 낮추기 위해서는 도로의 표면 구조를 개선하는 물리적 시설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배경이다. '걷고 싶은 도시' '보행 친화 도시'라는 수식어가 서울을 제대로 상징할 수 있도록 모든 거리에서 시민의 보행 편의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도심지 저속도로에서 블록 포장 적용은 어린이 교통안전, 도심지 열섬현상 저감, 도심지 홍수 방지의 차원으로 확대 폭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미 여러 사례에서는 블록 포장이 도심지에서 다양한 기능이 입증되고 있으므로, 다양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관련 기준 제정을 위한 시범사업 추진과 효과 검증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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