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 감독당국, 수탁회사…모두 “네탓!”

29일 오전, 금감원 앞에 모여 옵티머스사태 금감원 책임론을 주장중인 사무금융노조(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운용해온 ‘옵티머스크리에이터펀드’ 환매중단 사태를 둘러싸고 날선 책임공방이 접임가경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판매사, 수탁사, 사무관리회사, 금감원, 금융위 등 관련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 넘기며 살길 찾기에 급급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9일 오전, 사무금융노조는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옵티머스 사모펀드 상환 불능 사태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금감원이 책임을 통감하고 사건을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옵티머스 펀드는 당초 안정성이 높은 공기업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는 목적을 가진 상품으로 알려져 수익이 낮더라도 단기 자금을 운영할 목적으로 주요 증권사와 은행 등에서 지난 2년여 동안 팔린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이 상품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이 지난 18일 펀드 만기 도래에 따라 상환 절차를 밟던 중 펀드 자산명세서상 내역과 실제 투자내역이 다름을 인지하면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고발조치하며 펀드환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사무금융노조원들은 전년 11월부터 라임자산운용사태의 여파로 사모펀드에 대한 금감원의 전면 실태점검이 있었고, 옵티머스운용도 그 대상이었음에도 형식적인 점검으로 계약서상의 문제를 조기 발견할 기회를 놓쳤다며 금감원 책임론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완 사무금융노조 NH투자증권 지부장은 “이번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서 가장 참담한 점은 사태에 따른 피해가 고객과 판매 직원에게 남겨겨 있다는 것”이라며 “관련 책임 소재를 따지기 전에 판매사가 긴급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얼마 지나지 않아 노조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단기에 안정성이 높은 상품으로 유동자금을 굴리려 가입한 상품인 만큼, 환매 중단에 따른 영업일선의 압박은 라임펀드와는 또 다른 양상일 수 있다”며 “공모형상품의 경우 펀드담보대출이라도 해서 고객의 자금 융통이 가능할 수 있지만 사모상품이라 이마저도 어렵게 된데 따른 구제안 마련을 위해 직접 시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이 상품의 최대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정영채 사장은 고객들 앞으로 서면을 보내 사과와 책임 통감을 표명하고, 고객의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운용자산 리스트를 확보하고, 실제 자금 투자 대상을 찾고, 그 가치를 확인하는 실사 과정이 길어질 수 있으며, 관계당국과 협의, 법적·행정적 검토에 시간이 필요함을 부연하며 단기간에 사태가 종료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고객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지난 하반기를 강타한 라임자산운용사태가 아직 종료도 되지 않고 진행중인 가운데 터졌다는 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사모펀드 판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때임에도 불구하고 판매사는 특정 상품에 대한 집중적인 판매를 최근까지 이어왔고, 감독원은 이에 대한 관리감독이 부실했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됐다.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관계당국인 금감원과 금융위 간에 불협화음도 새어나오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3일 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사모펀드에 대한 전수검사를 금감원과 논의중이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앞선 조사가 52개사에 한정된 조사였고 서류상 조사였음을 지적하며 전수조사와 실물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발언을 두고 금감원 노조는 25일 성명을 통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경솔한 발언은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며 은 위원장의 뻔뻔함에 대해 수위높은 비난을 내놨다.

한 증권사 대표는 “구조적으로는 공무원집단인 금융위가 규모는 작지만 지휘체계 상위에 있고, 실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감독 실무를 맡는 금감원은 하위 기관이면서도 규모가 커 양자간의 대립은 마치 금융지주와 은행간 대립처럼 첨예하기 마련”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태가 라임사태로 가뜩이나 책임론이 불거진 양 기관에 불똥이 떨어질까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습으로 비춰져 실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리스크관리 본부장은 “라임 사태의 책임을 두고도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낮춰준 금융위에 근본적인 책임을 묻는 목소리와 실무에서 챙기지 못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었었다”며 “이번 사건에는 감독당국 뿐만 아니라 펀드자산 관리를 맡은 수탁사 하나은행과 기준가 계산 등 사무관리를 맡은 예탁원 등이 모두 성실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는지 따져볼 일”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관계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한 투자자는 “상품에 가입할 때 투자자는 전문가인 판매사의 설명과 조력을 따를 수 밖에 없다”며 “구조적으로 항상 사후적인 대책만 세울 수 있고 상품 판매 전과 운용 과정에 전문가의 역할이 없다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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