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유동성, 해외주식 붐, 디지털화에 리스크 이슈까지

▲ 여의도 증권가(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증권업을 분석하는 보고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워낙 다양한 이슈가 넘쳐나면서 분석이 쉽지 않고, 여러 악재가 나오면서 부정 이슈가 어떻게 반영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분석 보고서나 목표가를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업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사에 대한 분석 보고서 작성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애널리스트의 소속이 증권사임에도 리서치센터에서 증권업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삼성전자나 현대차와 같은 업종 대표주, 새롭게 떠오르는 성장주, 같은 금융 내에서는 은행들의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증권사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는 그래서 증권업종만 분석하기 보다는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로 은행 또는 보험 등과 분석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증권업종에 대한 분석이 줄어든 것은 단순히 시장 내 비중이 작기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요 증권사 증권업 담당 분석가들은 지난 5월 중순 주요 증권사들의 실적발표 시즌에 맞춘 실적분석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상당수가 분석을 중단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업 분석 A애널리스트는 “증권 애널들이 커버하는 회사는 대형증권사들 중심이고 시장상황이 급변함에 따라 이들의 수익구조도 같이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함부로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 분석 B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이 사모펀드발 각종 리스크에 노출되면서 현재 수사가 진행되거나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디까지 손실책임 범위가 될지 알 수 없어 이익추정을 하는 것이 매우 곤란해졌다”며 “추정이 가능한 영역 조차도 회사가 PI투자 등에서 알려지지 않은 큰 손실을 기록하거나 유동성 폭발에 따른 거래량 증가가 뜻밖의 이익을 가져오기도 하는 등 애널 입장에서는 곳곳이 지뢰밭”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1분기 실적발표 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단어의 등장과 함께 개인거래의 30%를 차지하는 키움증권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할 거라는 기대가 컸지만,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증권운용부문이 무려 12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지배주주순이익이 94억원에 그쳐 오히려 어닝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실적발표 이후 지난 5월 26일 보고서에서 SK증권 구경회 연구원은 키움증권에 대해 “4~5월 증시가 반등해 실적회복이 예상된다”면서도, “단기 호재는 대부분 반영됐고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기업가치가 향상된 것은 없다고 본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면서 “거래대금의 증가도 일시적일 수 있어, 증권사 브로커리지 비즈니스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증권업 분석 리포트는 대신증권 박혜진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6월3일자 보고서다. 한달전에 나온 이 리포트는 코로나19 선진 대처국인 한국 증시가 다른 나라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다시 자신감을 찾아가는 시기였다.

박 애널리스트는 “1분기 주요 증권사 수익이 상품운용 부문을 제외하곤 개선세를 보였고, 2분기엔 상품운용 수익마저 개선세를 보였다”며 증권업 투자의견을 상향하고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의 목표가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각종 사모펀드 이슈가 불거지고 소송전이 난무하게 되자 증권업 분석 리포트 자체가 사라졌다. 직접적인 증권사의 실적 분석과 목표주가 제시가 부담스러워지자 특정 증권사가 아닌 업황 전체의 흐름을 분석하는 보고서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증권업 분석의 맏형격인 삼성증권 장효선 팀장은 마지막 보고서인 지난 6월 25일 보고서에서 개별 증권사 분석 대신 ‘신(新)머니무브! 자산관리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라는 보고서를 냈다.

장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의 리스크 수용이 예금과 주식이라는 양 극단의 성격을 보이고, 언제든 투자할 수 있는 예비자금 성격의 단기자금이 늘며, 투자자들이 어설픈 중위험 중수익 상품보다 차라리 주식을 선호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그는 “투자자들의 투자 척도가 투명성, 환금성, 직관성이라는 세 요소로 바꼈다” 며, 어디다 투자하는지, 언제 내 돈을 찾을 수 있는지, 상품 구조가 무엇인지 불분명한 상품을 지양하고 차라리 삼성전자와 같은 대표주식에 투자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IR팀장은 “증권업종이 수익구조, 투자자들의 행태, 디지털화, 상품의 변화, 리스크관리 등 너무나 많은 요소들이 혼재돼 변화하는 만큼 변동성이 확대돼 애널리스트들도 주가를 말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에도 위기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파악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있음을 잊어서도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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