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차기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통일부 장관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임명했다. 또 정의용 실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로 기용했다. 다소 파격적으로 꼽을 수 있는 발탁이라면 당연히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을 국정원장에 내정한 점이다. 주말을 두고 산과 식당 등에서 뉴스를 보는 시청자들과 시민들은 의외의 인사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발탁인사를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안보진용의 대대적인 개편 인사는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책보다는 더욱 적극적인 남북관계를 풀어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남북관계에 대한 백전노장들을 전면에 내세워 신구 조합으로 원팀을 꾸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조성된 개성공단을 열게 한 주역인 박지원 전 의원을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한 것은 그래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이끌게 한 주역이었고 후속 회담을 통해 서부전선의 북한군 정예군을 후방으로 철수시키고 그 자리에 수백만 평의 남측 기업들을 위한 공단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협상은 그렇게 해야 한다. 말만 남긴 협상은 남북 모두에게 피로도만 쌓이게 할 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북미, 남북미 정상들이 3차례 만났지만, 그 결과물은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였다. 정확한 정보분석에 따른 협상 전략을 하지 세우지 않은 채 만나면 다 될 줄 알고 낙관했다는 비판도 있다는 점을 새 안보진용은 곱씹어야 한다. 협상의 기본은 상호 신뢰와 이를 실천하는 데 있다.

지난달 대북 전단으로 촉발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비무장지대 내 확성기 재설치 등 긴장국면이 남북 양측의 조치로 수그러든 시점에 정부가 다시 북측에 신뢰의 메시지를 보낸 만큼 이번에는 남북 양측이 실질적인 교류방안을 찾기 바란다.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과 문재인 정부 들어 북미정상회담의 산파 역할을 한 이들인 만큼 남북 모두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안보팀이라는 점에서 과감한 전략으로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기 바란다.

특히 개성공단과 관련, 박근혜 정부가 철수시킨 만큼 우리가 다시 개성공단을 재개하는데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사안이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이인영 의원도 원내대표 시절 대야 협상에서 뚝심을 발휘한 경험도 있는 만큼 안보팀에 활력을 불어넣기를 바란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그야말로 백전노장이나 다름없다. 직언과 직설을 서슴없이 하면서도 여야는 물론 매체에서도 단골손님으로 대한다. 그만큼 친화력도 겸비했고 대북뿐만 아니라 대미 전문가이기도 하다. 새 안보진용을 그래서 기대해봄 직하다. 1기 안보진용이 새로운 형태의 남북 공존의 길을 열었다면 2기 안보팀은 그 결실을 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옳았다고 평가할 것이다. 남북관계라는 게 ‘금 나와라. 뚝딱’ 일 수 없지만, 아무것도 진전을 보지 못하는 협상은 협상이라 할 수 없다. 물러난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임으로 개편된 새 안보팀은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스스로 폐쇄한 개성공단을 먼저 여는 과정에서 남북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새 안보팀은 다양한 인물이 남북교류에 평생을 헌신해왔다는 점에서 막혔던 실질적 교류에 전면에 나서야 한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지적된 한미 대북 고위 실무 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부터 해체하는데도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데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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