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송호길 기자 |
여론이 악화하자 다주택 처분 행렬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자신의 서울 반포 아파트를 이달 안으로 매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노 실장은 다주택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에게 1주택 외 나머지 주택 처분을 강력히 권고했지만 정작 본인이 반포와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각 주택을 1채씩 보유한 2주택자로 청주 아파트 처분을 결정하면서 뭇매를 맞았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부동산 정책과 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고위공직자의 청렴한 자세가 재확립돼야 한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 관련 문제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일례로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 당시 후보자에게 2년 안에 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팔도록 하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약속이 총선 이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대책 마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은 정책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22번째 부동산 대책에는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의 세금을 중과하는 세제개편이 핵심이 담길 예정이다. 아파트 투기 근절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투기세력을 잡아 집값 안정을 꾀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은 정작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와 정치권 내부에 있었다는 점에선 국민들의 질타를 받아도 싸다.
부동산 대책은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벌써 21번째 대책을 내놓으며 시장에선 '규제 이후 집값 상승'이라는 학습효과가 만연해 있다. 경제정책을 다루는 고위직 인사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정책을 내놔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주택 처분을 강제해서라도 국민적 요구에 따라야 한다.
송호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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