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한 고위직 인사들의 이탈 행위가 때로는 반역에 가까운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하의 행정부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이들의 거침없는 입담은 차마 듣기에도 귀를 의심할 정도로 저런 인사들이 어떻게 공직자의 말투인지 볼썽사납다.

검찰총장, 인사에 반발해 사표를 던진 검사장, 감사원장, 최근 물러난 민정수석 등 문재인 정부하에서 임명된 고위 공직자들은 대놓고 임명권자에게 들이대는 듯한 처신과 행보를 릴레이 하듯 이어가고 있다. 검찰총장은 지난 3일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인사말 중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라는 궤변을 들고 나왔다. 윤 총장은 우리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서 실현된다는 다소 뚱딴지같은 축사를 남겼다. 신임검사들에게 축하할 소리인지 누가 들어도 의아할 소리다.

윤석렬 사단으로 통하는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최근 인사에서 좌천성 인사로 전보되자 사표와 함께 한마디 남기고 떠났다. 많은 인재를 밀쳐두고 이번 인사에서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에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했다. 많은 인재는 누구를 두고 하는 소리인지 궁금하다. 문찬석 전 검사장도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한 윤석렬 사단의 편향된 인물로 검찰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그 역시 정치검찰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떠날 때는 말 없이 떠나야 조직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처신이었다.

검찰은 행정부 산하 일개 청에 지나지 않지만, 대한민국은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도 함께 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최근 처신은 그들 스스로가 정치검찰임을 고백하는 행보라고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엄정한 법 집행을 천직으로 삼아야 할 이들의 정치적 발언과 조직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듯한 처신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임명권자의 인내가 새삼 부러울 뿐이다.

또 행정기관과 공무원의 직무에 대한 감찰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통령 직속의 국가 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장도 드러내놓고 현 정부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현 정부 들어 사법연수원장에서 감사원장으로 임명된 최재영 감사원장 이야기다. 현 정부가 본인과 다른 정치관을 갖고 있었다면 감사원장에 지명됐더라도 고사했어야 맞다. 자리는 탐나는데 정치관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은 공직자가 취할 기본기를 망각한 것이다.

최근 민정수석을 사퇴하면서까지 아파트를 지킨 김조원 수석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부의 정책 부재로 강남 아파트 폭등에 힘입어 일반 서민들이 박탈감을 느낄 정도로 부를 챙겼다면 공직자로서 먼저 선조치 후 일괄 사표 대열에 나서야 맞지만, 공직을 포기하고 아파트를 지킨 것은 사람을 잘 못 선택한 임명권자에게 화살을 돌리는 꼴이 됐다.

공직은 해당 행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사적 사심을 버려야 하는 자리다. 헌법상 대통령제인 우리 정치사에 공직자의 개인적 이탈과 정치적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검찰총장과 감사원장 그리고 민정수석이란 자리는 정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하는 막중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취임이후 행보는 호위무사가 주군을 겁박하고 조롱하는 이탈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말해주듯이 리얼미터가 실시한 8월 2주 차 주중 잠정 집계 결과, 미래통합당 지지도는 36.5%로 지난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33.4%)을 역전했다. 촛불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 이후 처음이다. 그것도 지난 415총선 때 집권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이라는 압도적인 의석을 확보한 이후 불과 4개월여 만에 어이없는 민심의 돌변이다.

슈퍼 여당으로 지난 4개월 동안 존재감 없는 국회 운영과 임명권자를 부정하는 듯한 고위 공직자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보에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바를 여론조사는 대변하고 있다. 촛불이 그랬고 180석을 준 것은 민의를 법과 정책으로 펼쳐달라는 기대였다. 그 기대가 잇단 악재가 불거지면서 시들어가는 모습이 여론조사로 나타난 것이라고 본다.

슈퍼 의석을 확보한 집권 여당이라 해도 국회와 행정부가 헛발질을 반복할 경우 민심은 어느 때든지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경책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 한나라당이 180여 석이고 더불어민주당이 82석 시절일 때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불과 10년도 못가서 민심은 돌변했다. 그만큼 민심은 깨어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이라는 말처럼 집권 여당과 문재인 정부는 국민과 야당에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해야지만 국회와 행정부에는 가을 서릿발 같은 엄정한 자세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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