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호 성남소방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의 바람직한 구성원이 되기 위하여 유형과 무형의 많은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해간다.

나의 기억으로 아주 어릴 적에 가혹하게 받았던 교육이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고 기억된다. 거짓말을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 매우 혹독한 벌이 내려졌다. 종아리를 맞는 등의 체벌도 감수해야 했고 정신적인 고통도 만만치 않았었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치고 장년과 중년을 지나는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어릴 적에 교육을 받은 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고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살다 보면 거짓말을 하여야 하는 상황이 너무도 많이 발생한다.

예전부터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는 대표적인 거짓말이 전해져 온다.
절대로 시집가지 않겠다는 처녀, 어서 빨리 죽고 싶다는 노인, 남는 것 없이 밑지고 판다는 상인, 국민을 위하여 봉사하겠다는 정치인 등이 있다.

짧지 않은 세월을 살다 보니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되는 거짓말이 너무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돈 욕심 없다는 사업가나 승진 욕심 없다는 직장인, 전국 최고의 합격률을 자랑한다는 입시학원 등 너무도 많은 거짓말이 난무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여야 하는 상황을 너무도 자주 접하게 된다. 어른이기 때문에 혹은 부모이기 때문에, 가장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하여야 하는 그러한 특수한 상황은 우리 주변에 너무도 많이 발생한다.

반평생을 각종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 현장을 만나면 수퍼맨처럼 활약하던 119 선배의 마지막 남겼던 말이 새삼 생각이 난다.

남들이 자신을 용감하다고 칭찬을 하는 바람에 조금이라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으며, 가능하다면 그 처참하고 위험한 현장을 피하고 싶었다는 고백은 다소 충격이었다.

남들이 볼 때는 그런 현장에서 마치 즐기듯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자신은 매 순간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화재 현장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은 누구일까? 당연히 119 소방대원일 것이다. 그러면 화재 현장을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역시 119 소방대원이다.

영어 속담에 “불에 덴 아이는 불을 무서워한다(A burnt child dreads the fire)”말이 있다. 뜨거운 불맛을 본 아이는 불을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

화재 현장에서 발생하는 위험성과 불확실성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아는 소방관이 현장에서는 가장 용감하지만 반면에 불을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화마 앞에서 선 우리는 누구에게도 나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다. 그러니 전혀 무섭지 않다고 허세를 부리기도 하고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늘도 119 소방대원의 거짓말은 계속된다.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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