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시절 휴가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나 역시 추 장관의 아들이 복무했던 미군 2사단 옆 6군단 26사단 75연대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그쪽 사정은 대충 알고 있다. 때때로 연합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미 2사단은 미군으로서는 동북아시아 최전방 부대이고 훈련도 만만치 않은 부대였다. 그곳에 추 장관의 아들이 근무했다고 한다. 용산에 있었던 주한 미 8군사령부가 아닌 미군으로서는 최전방 부대다. 그 부대에서 근무한 추 장관 아들에게 국민의 힘이라는 당이 연일 십자포화를 허공에 날리고 있다. 묻는다. 군대 간 게 죄인가.

군에 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것을. 하지만 국방의 의무를 준수해야 할 대한민국 청년에게는 만기 제대를 해야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그날까지 군을 지켜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전시도 아닌 상황에 구타 얼차려 등 숱한 시련 속에 자살 등으로 제대를 하기 전에 산화한 이들도 많았다.

안 가 본 사람은 그 엄중한 시절을 모른다. 그런 시절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전역한 추 장관의 아들에게 왜 그리 모질게 따지는가.

휴가 누구나 그리워하는 날이다. 온갖 핑계를 대고 휴가를 가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난 아프지도 않았다. 그래서 정기 휴가 외에는 나오지 못했다.

군에서 살아 돌아오는 그것만으로도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고 나는 본다. 휴가 며칠 연장했다고 모질게 따질 사안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온갖 편법을 동원해 군에 안 간 사람들이 추 장관 아들 군시절 이야기를 따지는 것이 내겐 이게 나라인가 하는 소리로 들린다. 역대 대통령 중 군에 안 갔으면서도 국군통수권자 행세를 했다. 이명박과 박근혜이다.

그들을 따졌어야 했다. 그때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가 왜 추 장관 아들을 추궁하는가. 염치라는 게 있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미안함이 있거든 이젠 그만하라.

그리고 묻는다. 카투사 출신이랍시고 군 시절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다 추 장관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댓글로 어쩌고저쩌고하는 이들에게 거듭 묻는다. 너희들 그러는 게 아니다. 너희들 카투사는 주한미군, 미 육군의 지휘체계에 파견되어 근무하는 대한민국 육군의 병과 부사관들이다. 엄밀하게 말해서 미군을 따르는 용병이다. 그런데도 입대를 앞둔 소위 먹물 먹은 대학생들이 가고자 하는 카투사다. 카투사 출신들이 추 장관 아들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말은 듣기 거북하다. 적어도 미 2사단 옆 동네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의 숱한 진지투입 명령을 받은 대한민국 국군으로서는 그렇다. 카투사 여러분이 호의호식할 때 나는 영하 40도의 혹한에서도 6군단 탄약고를 사수하는 경계근무를 수시로 서야 했다. 그리고도 북한 침투를 방어하는 숱한 전술훈련에다 수도 서울에 위기 시를 대비한 폭동진압 훈련도 병행했다. 우리 사단은 그래서 낮이나 밤이나 고생하는 사단이라는 육군 불무리 부대였다. 사단 문장이 달과 해였다. 지금은 통합돼서 사단이 해체됐지만 참으로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아득한 군 시절이었다. 군 시절 애환이야 카투사든 대한민국 국군이든 평생을 두고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적어도 군에 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그 카투사 중 가장 힘들게 생활하는 곳이 주한 미 2사단이다. 미국으로 치면 동북아 최전선을 방어하는 곳이다. 그곳에 근무했던 추 장관 아들을 두고 뭐라 해야 하나. 자기 실력대로 시험을 봐서 입대했고 국방의 의무를 다한 이를 두고 휴가 타령해야 하나.

우리가 근심 걱정해야 할 것은 군에 안 가려고 온갖 핑계와 거짓으로 위장한 가련한 청년들을 꾸짖어야 그게 어른이라고 본다.

우리가 영웅으로 삼아야 할 군은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부모 품으로 돌아온 군인의 아들 딸이다.


그런 추 장관의 아들을 두고 천지개벽이라도 열린 것처럼 뭐라 하는 소리는 가소롭게 들린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한마디를 인용하고 싶다. ‘임자 해 봤어.’ 다른 말로 풀이하자면 임자 당신 군대 가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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