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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의 그늘]④영혼이 정치하는 나라

  • 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
  • 승인 2020.09.14  10:59:07
  •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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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 정부, 제사 통해 산자들 규율하는 '프레임 정치' 구사
'국가신도'로 천황중심 수직적 통일국가·대륙침략 정당화

   
▲ 이세신궁 내궁(內宮)의 정전(正殿)으로 들어가는 신관(神官)들. 이세신궁은 일본 황실의 조상신[아마테라스오오가미·天照大神]를 모시고 있으며 일본 신사의 실질적 총본산이다. 현재 건물의 원형은 690년에 세워졌다고 전해지지만 건물의 기원은 더 이전으로 소급되며 정확한 연도는 알 수 없다. 황실의 조상신을 모시는 내궁과 곡식의 신[도요우케오오가미]를 모시는 외궁, 그리고 125개 부속 신사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면적이 5500만㎢나 되는 방대한 규모이다. 내궁과 외궁 전체를 20년마다 부수고 옆에 새로 짓는 방식[式年遷宮]으로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사진=이세신궁 홈페이지

[일간투데이 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 지난 호에 본대로 메이지 정부는 민중의 관습 정도로 치부될 종교 현상을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국가가 제사 문화를 강화하면서 제사의 정점에 있는 천황을 중심으로 수직적 사회 체계를 구축했다.

자연스럽게 국민은 혼령·조상신 등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아졌다. 사후 혼령이 있느냐 없느냐는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었다. 혼령의 유무를 포함하는 귀신 담론 자체가 혼령이나 조상신을 그 사회 속에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혼령 혹은 영혼은 그에 제사지내는 인간의 의도에 맞게 해석되고 재구성되었으며 그렇게 해석하는 언어 행위 안에 존재했다.

메이지 정부에 의한 일종의 '프레임(Frame)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제사를 제도화하려는 이들의 의도에 따라 제사의 대상은 그 제도와 문화 속에 살아있는 실재(實在)가 된다. 담론상의 귀신이 제도화된 문화적 형식을 통해 산 자들의 현실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제사의 대상을 천황에까지 연결시키는 강력한 문화화 과정을 거치면 제사의 원리는 천황제 국가의 정당한 통치 이념이 된다. 그 통치 이념으로 국가의 구조는 더 견고해지고 지난 호에 보았던 '호국영령(護國英靈)' 담론은 다른 국가에 대한 침략 전쟁도 불사하게 만드는 근거로 작용한다.

일본 미에현(三重県)에 이세신궁(伊勢神宮)이 있다. 일본의 개국신 및 황실의 조상을 제사하는 신사이다. 한국에 종묘(宗廟)가 있는 것처럼 이세신궁은 일본 황실의 종묘이다. 막부 시절에는 존재감이 별로 없다가 메이지 정부 들어 천황이 전쟁의 개시와 종결 같은 국가의 대사를 보고하고 국가의 융성을 원하는 이들이 떠받들면서 일종의 큰 사당[大祠]으로 변모했다.

2차대전 패전 이후 이런 관점은 약해졌지만 기본적 정서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새해가 되면 총리가 여전히 이세신궁에 참배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세신궁은 메이지 정부가 일본의 원형적 사상을 복원하는 과정에 제일 중시한 신사로서 천황 중심으로 국가적 통합을 이루어 온 '종교적 정치'의 연장선에 있다는 뜻이다. 오늘까지 연일 사람들로 붐비는 일본 최고의 명승지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신사 참배는 자연스럽게 정치적 행위의 연장이 되었다. 천황이 즉위해서 제사를 드릴 때는 전국의 신사가 천황의 즉위를 봉축하는 깃발을 내건다. 일본의 전통 문화인 신도가 개인적 행위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국가의 정치 행위 속에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이른바 '국가신도'는 패전 이후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세기 동아시아를 뒤흔든 일본적 정치 안에는 이렇게 민간의 제사를 국가적 차원으로 격상시키며 성립되어 온 '국가신도'의 문화가 깊이 흐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제사 행위는 설령 그것이 가족 단위에서 이루어진다 해도 단순한 탈사회적 종교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제사의 대상이 된 귀신은 제사를 드리는 이들에게 담론의 주제가 되고 문화의 근간으로 작용하며 국가 운영의 이념적 기초를 제공하는 순환적 구조를 이룬다. 이것은 담론 양식을 적절히 조율하면 살아있는 이들의 삶의 양식을 재편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정치적 역학은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가령 국가적 희생자(忠)를 현양하는(顯) 날(日)이라는 한국의 '현충일(顯忠日)'도 비슷한 구조를 갖는다. 현충일에도 국가를 위해 죽은 이들을 드높인다는 명분하에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민의 정신적 통합을 도모하며 때로는 정치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장치로 이용되어 온 측면이 있다. 현양의 대상인 영혼이 실제로 있느냐 없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영혼을 현양하는 행위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하다.

가령 대통령이 되었는데 국립묘지에 참배하지 않거나 영혼의 현양 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다면 설령 영혼이라는 것은 없다고 믿는 이들조차도 대통령의 그런 행위를 비판할 것이다. 죽은 이의 영혼을 현양하는 행위가 이미 국가를 움직이는 동력의 일부가 되어왔기 때문이다.

호국영령이 영혼의 존재 자체에 초점을 둔 철학적이거나 종교적 언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인 언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느 나라든 현충 행위는 죽은 이의 혼령을 위로하고 받들면서 산자들을 통합시키는 '제사의 정치학'의 연장인 것이다.

관건은 어떤 의도로 무엇을 위해 그런 정치를 하느냐에 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정부 이래 호국영령을 국가적 담론의 주제로 삼고 국가와 국민의 제사 대상으로 재구성하면서 천황을 정점으로 수직적 통일국가 체계를 확립시켜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일본은 강력한 천황제에 입각한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급기야 한반도를 포함한 대륙 침략마저 정당화하는 길을 걸어왔다. 일본은 여전히 '영혼이 정치하는 나라'인 것이다.


이찬수 보훈교육연구원장 dtoday24@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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