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두 달 넘게 지연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국회가 출범시키자는 시한인 7월15일을 2개월 넘게 미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은 물론 3부요인, 국회의원, 검사와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 행위를 수사하는 독립 기구다. 고위공직자들의 범죄행위를 감시하고 수사하자는데 국민의힘 당이 추천 후보를 내지 않고 있고 낼 생각조차 하지 않자 여당이 애초 국회 교섭단체 추천 몫에서 국회 추천 몫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상정시켰다.

공수처법과 설치의 근간은 지난 2012년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공직사회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고 그로부터 3년 후인 2015년 3월 27일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에서 파생된 것이다. 주요 골자는 금품 수수금지, 부정청탁 금지, 외부강의 수수료 제한 등 3가지지만 여기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의 부분이 일부 제외됐기 때문에 추가로 공수처법을 만들어 공수처를 설치하자는 취지다.

누가 보더라도 권력을 삼중 사중 감시하고 공정국가를 만들자는 뜻이지만 왜 국민의힘 당은 후보 추천을 하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다. 국민의힘 당은 때만 되면 당명을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바꾸면서도 권력의 횡포를 막자는 공수처법과 공수처 출범에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지 묻고 싶다.

법조계에서는 국민의힘 당이 결코 공수처를 출범시킬 의사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5년 3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이 당시 기자회견에서 애초 발의한 내용 들의 상당 부분이 빠졌다고 지적한 점을 들었다. 김영란 위원장은 요즘 논란이 되는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방지 조항, 장관이 자기 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 발주를 하는 등 사익 추구를 금지하려는 조항들이 사라진 체 법안이 통과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로부터 5년 사이 이를 보완하고 법 적용에서 제외된 부분을 보완해서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간 공수처 설립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고 처장 임명을 위한 후보 추천만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당이 후보 추천 2명을 미루고 있으므로 공전 중이다. 현행 공수처법에는 후보추천위원 7명 중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을 뺀 4명을 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당이 각 2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이후 추천위원 총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교섭 단체 중 야당이 후보추천위원 선정을 미루면 추천단계부터 의결정족수 6명 중 1명이 모자라 성립이 될 수 없다. 그 2명의 목줄을 국민의힘 당이 굳게 쥐고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현 정권에게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공수처법은 누구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이 보기에 국민의힘 당이 추천 후보를 왜 내지 않고 있는지 궁금한 이유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까지 비난하면서,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 복무 시절의 휴가 문제까지 들고나와 사퇴를 주장하는 마당에 이를 감시하고 수사하는 게 공수처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마땅히 환영하고 후보 추천을 했어야 한다.

공수처 출범은 특히 고위공직자에게 참 버거운 법일 수 있다. 국민은 공수처법이 일명 김영란법과 더불어 누구도 법 앞에서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여기는 마당에 국민의힘 당만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묻고 싶다.

김영란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해서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법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검찰, 경찰, 국정원 등 소위 권력기관마저 견제할 수 있는 공수처 출범은 공정사회를 염원하는 또 하나의 견제기구라는 점에서 국민의힘 당은 추천을 통해 법안이 초안 때부터 누더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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