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비 실적 부담에 단기 주가 불투명

▲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전경(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SK하이닉스가 20일 공시를 통해 인텔의 낸드부문 인수를 발표했다. 10조가 넘은 양수가액 베팅에 시장이 술렁였지만 투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장기화 될 가능성 때문에 당일 주가는 출렁였다.

20일 금감원 공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인수를 통해 현재 5위권인 낸드사업 시장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빅딜은 CPU(중앙처리장치) 전문기업 인텔이 비주력인 메모리사업을 넘기고 동시에 중국 다롄에 있는 공장을 정리해 최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미중 갈등의 시선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의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고자 하는 SK의 아이디어가 만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영업양수도 공시에 따라 9시 30분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 후 매매가 이뤄졌다. 거래 개시 초반 4.84%까지 오르며 9만900원까지 치솟던 주가는 하락세로 반전해 최종 -3.46%를 기록하며 8만5200원으로 마감했다.

공시에 따르면 정확한 인수가는 10조3104억원이다. 안진회계법인이 지난 8월 27일부터 약 두달간 실사를 통해 현금흐름할인법(DCF)으로 산정한 적정 인수가 밴드는 9조5944억원~11조1123억원이었다. 이론적인 가격 범위의 상단과 하단 평균가에 최종 인수가가 결정된 셈이다. 인수대금은 2021년 말 8조192억원(USD 70억)을 1차 지급하고, 2025년 3월에 2차로 2조2912억원(USD 20억)을 달러로 지급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인수의 목적으로 NAND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첫째 SSD 솔루션 역량을 강화하고, 둘째 고부가가치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마지막으로 메모리 반도체 사업군 간의 균형 확보 및 NAND 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로 이미 삼성전자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중인 D램 부문과 더불어 낸드마저 약 2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 삼성전자(약 35.9%)에 이어 2위에 올라서게 됐다.

공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번 매각은 인텔의 Non-volatile Memory Solutions Group(NSG)의 낸드사업부문 중 옵테인 사업부를 제외한 낸드사업부문 전체로 돼 있다. 구체적으론 SSD 사업 부문,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사업인다. 옵테인 사업부는 제외라고 명시돼 있다.

인텔의 메모리 사업 구조조정에 대해 하나금융투자 김경민 연구원은 ‘지속적인 손실과 미중 무역분쟁’때문으로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기존 사업 중 3D 크로프 포인트로 불리는 옵테인 제품에 집중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내다봤다. 중국 현지 공장이 아닌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다.

10조원이 넘는 큰 규모의 투자에 대해 김연구원은 “(이번 인수는)SK하이닉스 입장에서 주가에 중립적”이라며 “메모리 산업의 통합이 전개된다는 점은 주가에 긍정적이나 낸드 플래시 사업의 단기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큰 CAPEX 투자가 이뤄지는 것에 대한 회수 전망에 대해 단기적인 부담이 있음을 시사하는 분석이다. 20일 주가가 짧은 환호에 이어 내림세로 바뀐 이유도 이런 분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임직원에게 CEO메시지를 통해 인수의 의미와 목적, 비전을 공유했다.

'D램·낸드 양 날개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비상합시다'라는 제목의 메시지에서 이 사장은 "오늘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SK하이닉스의 37년 역사에 기록될 매우 뜻 깊은 날"이라며, "낸드 사업에서도 D램 사업만큼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인수 이유를 밝혔다.

특히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의 약점을 말하며 "후발 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으며 특히 업황 변동성이 심한 메모리 사업의 특성 또한 성장의 중요한 변곡점마다 우리의 앞을 가로막아왔다"고 말하고, "글로벌 반도체 1위 기업인 인텔은 특히 SSD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향후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SK하이닉스는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 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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