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금감원)이 20일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사기와 로비 복마전인 라임자산운용의 등록 취소를 결정했다고 한다.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되면 6조 원 가까운 수탁액으로 한때 국내 헤지펀드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은 퇴출당한다. 이 소식은 한마디로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이다. 

금융을 감독하는 금감원이 이럴 수는 없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에서 '저승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몇 년 사이 잇따른 펀드 환매중단과 금융사고에 금감원의 존재는 없었다. 감독 권한을 일임했는데도 감독은 커녕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었다.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그야말로 무책임으로 일관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 사태에 연루된 이들을 보면 금융시장의 사고뭉치들이 책임자들로 행세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이들이 설립한 자산운용사들에 대해 두둔하는 듯한 감독을 해왔다고 본다. 이들을 감시 감독해야 할 권한을 오히려 외호한 결과가 부실 펀드 양산을 몰고 온 것이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24조(금융감독원의 설립)에 따라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1999년에 설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치욕스러운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의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하여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출범 후 대한민국의 금융감독업무를 담당해왔다. 금융에 관한 한 모든 사안을 들여다볼 수 있고 이를 감독할 책임이 있는 기구이다. 기업인과 금융인에게는 검찰보다 더 까칠한 기구이다.

금감원이 감독하는 분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 분야는 은행, 금융투자업자, 증권금융회사, 종합금융회사 및 명의개서대행회사, 보험회사, 상호저축은행과 그 중앙회, 신용협동조합과 그 중앙회, 여신전문금융회사 및 겸영여신업자, 농협은행, 수협은행, 다른 법령에서 금융감독원이 검사하도록 규정한 기관, 그 밖에 금융업 및 금융 관련 업무를 하는 자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 등 거의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다. 누구도 금융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막강한 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금감원이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아이러니하다. 잡으라는 쥐는 안 잡고 쥐와 동거동락하는 고양이처럼 보인다. 금융사고를 검찰에게 떠넘기는 직무유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금융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책임은 금감원에 있다. 부실 징후가 포착되면 정기 검사 및 수시 검사권을 발동해서 예방할 권한을 행사했어야 했다. 그 위에는 금융위원회가 있다. 장관급이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고, 건전한 신용 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기 위해 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을 떼네 지난 2008년에 출범시켰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 소속원들은 때 되면 월급 받는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혈액순환을 24시간 바로 돕고 감독하는 엄중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곳이다. 잇따른 금융부실 사고에 속수무책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나서는 모습은 감독 기능을 스스로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금융부실 사고를 치고 해외로 도피한 이들을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고도 줄줄이 도피한 것을 보면 더욱더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번 사태로 금융위원회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면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도 관련 임원 해임 권고 등의 중징계와 함께 투자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마땅히 이들을 감독했어야 할 금융감독 당국도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게 책임 있는 공직자의 기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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