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정치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났다. 새로운 국회에 대한 기대감은 컸으나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새롭게 부각된 이슈도 없었고 올해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 중에 날카로운 질의로 국감장을 빛낸 스타의원도 없었다.

방어하는 입장인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정쟁국감 대신에 정책국감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국감 시즌에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이런저런 불만을 끌어 모아 지지율 상승을 꾀해 보려는 야당 국민의힘에 그 말이 곧이 들릴 리 만무했다.

처음에는 몇 달째 계속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복무 특혜 의혹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 증인·참고인 채택 문제로 여야는 실랑이를 벌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증인·참고인 채택 요구를 철저히 봉쇄해 야당으로부터 "국정감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탄식을 불러 일으켰다. 국민의힘도 화제성을 의식한 듯 인기 캐릭터 펭수 등을 참고인으로 신청해 "미국 의회에 미키마우스가 출석하는 꼴 아니냐"는 비아냥을 여당으로부터 들었다.

국감 중반쯤에는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를 놓고 여야간에 아전인수격 해석 공방이 난무했다. 감사원은 이번에 중점적으로 실시한 경제성 평가만으로는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야당은 감사원이 경제성 평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만큼 원전 조기폐쇄가 부당했다며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전임 박근혜 정부에서 고리 1호기 폐쇄를 결정할 당시 경제성보다는 안전성에 무게를 뒀다는 점을 내세우며 야당에 대한 역공을 펼쳤다.

국감 후반기는 라임·옵티머스 사태 수사 방향의 잘잘못을 놓고 여야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사태 초반 여당 소속 정치인과 현 정부 전직 청와대 인사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알려지면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가 싶더니 라임 사태 주모자로 알려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야당 정치인 및 검사들의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사태의 양상은 반전됐다. 이에 더해 추 법무부 장관의 잇따른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불만이 누적돼 지난주 국감장에서 폭발하면서 민주당·법무부 대 국민의힘·대검의 대치전선은 한층 격렬해졌다.

그 와중에 돌봐 줄 이 제대로 없는 가운데 형제끼리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나 화상을 입고 치료받던 '라면형제'의 동생은 죽었고 코로나19로 배달물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쉬지 못했던 택배 노동자들이 잇따라 죽었다.

이렇게 우리 사회 외진 곳에서 힘들게 하루하루 버티다가 스러져가는 사람들에게 오늘도 사생결단 정쟁을 하는 여야 정치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다가오는 11월에는 말로만이 아닌 진정 '민생국회'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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