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료계가 정부와 국회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등 의료정책에 반발해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의대생의 국시 재응시 문제에 대해 정부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로 인해 발생할 상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정부 측에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우리가 앞서 예고한 대로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내일(28일)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정부의 해결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향후 이로 인해 벌어질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정부 측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이어 28일까지 해결책이 없으면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국시 문제로 인해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위기에 직면했다"라고 밝혔다. 조직폭력배들도 국가를 상대로 저런 식의 협박은 하지 않는다.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그리 염려했다면 의협과 대전협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대유행 상황에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마땅히 정해진 일정에 따라 치러야 할 의사국가 자격시험인 의대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거부를 선동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제와서 국가를 상대로 뭘 또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야 할 의료인이 칼을 들고 협박하는 꼴을 본 마당에 뭘 또 봐야 하나.

의협과 전대협이 정부를 상대로 협박성 비판은 의료 인력 부족이 나을 국민의 염려와 불안이 얼마나 컸는지 스스로 체험했다는 것을 고백한 것처럼 들린다.

의협과 전대협이 국가를 상대로 한 안하무인 격의 행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험문제가 어려워 의사 국가고시에 탈락자가 많다면서 시험문제 변경을 요구했고, 탈락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추가 고시 기회를 달라고 떼쓰는 예도 여러 차례 있었다. 정부도 이에 응해 지금은 거의 90%의 합격률을 보장해주고 있다. 의료계가 누리는 특권은 검찰 집단 못지않다. 사법시험도 시험문제가 어렵다고 쉽게 출제해달라고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의협과 전대협이 이번에는 국가 의료정책을 들먹이며 병원을 박차고 나가 의대생들이 마땅히 치러야 할 국시마저 거부하는 선동질에 국민의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이때 또다시 국가를 상대로 삿대질하는 행위는 개탄스럽다.

이때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산하 보건의료위원회가 지난 27일 의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 양성, 의료 인력 노동 조건 개선, 적정 보상체계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익위원 권고문을 발표한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보건의료위는 1년을 활동 기간으로 지난해 10월 31일 발족한 뒤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체계 마련과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보건의료위 공익위원들이 지난 1년간의 연구 결과를 권고문 형식으로 내놓은 사안에 따르면 노사정은 부족한 의사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현재 인구 1천 명당 2.4명인 임상의사 수를 2040년까지 3.5명(2018년 OECD 국가 평균)에 도달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건의료위 공익위원들은 의료서비스에 직간접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건강보험 가입자를 포함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는 공급자이고 정책 대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주요 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권고문이다. 의료정책의 논의 주체가 국가와 의료계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가입자를 대변하는 사용자 측도 그 정책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애초 3천500명 정도 되던 의대 입학 정원을 의료계와 정부 간 밀실 합의로 3천58명으로 400명 이상 줄인 이후 심각한 의사 부족 현상이 10년 이상 계속됐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와 정부가 자초한 상황이라 이를 바로잡는 주체인 의료계와 정부 뿐만이아니라 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도 마땅히 참여주체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의료정책에 의료계가 반발에 나서는 갈등상황은 타협점이 없지도 않다. 의료계의 집단휴진과 국가고시 거부 때마다 정부가 재응시 기회와 시험 난이도까지 낮춰진 마당에 이번에도 재응시 기회를 주되, 의료계는 정부가 애초 내놓은 의료정책을 수용하면 된다.

그게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고 수긍케 하는 타협안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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