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떠난 NH투자증권 사상최대실적 ‘눈길’

▲ 은행장들에게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으라며 배당확대에 부정적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으로 위축될 것으로 보였던 주요 금융지주의 실적이 3분기 탄탄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에도 부동산과 주식투자 쏠림에 따른 대출이 늘어 이자수익이 늘어났고, 자회사인 증권사들이 주식 거래대금 상승에 따른 수혜로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 자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의 비이자수익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28일 관련업계와 최근 4대 금융지주회사의 3분기 잠정 실적공시에 따르면, 저금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주요 금융지주가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4대 금융지주 중 마지막으로 공시를 한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1447억원을 기록, 증권업계 컨센서스였던 899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시현했다. 전년 동기대비 16.6%, 직전 분기대비 31.1% 상승한 수치다.

순이자수익이 2조22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0.3%, 직전분기 대비 0.2% 상승해 현상유지 수준이었음에 반해, 비이자이익이 931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2% 상승한 부분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이 순이익 6244억원을 기록 전년동기 대비 10.1% 감소했음에도, 19.9% 상승한 신한카드(1676억원)와 115% 성장한 신한금융투자(1275억원)가 선전한 것이 깜짝 실적의 이유다.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기준 비이자수익이 41%에 육박한다. 전년말 기준 34%에서 늘어났다.

지난 22일 일찌감치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는 전년 동기대비 24.1% 증가한 1조1666억원을 기록 1등 지주회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다만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따른 일시적인 차익 1450억원을 제하면 3분기만 놓고 볼 때 신한금융지주가 더 나은 성적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 자회사 실적만 놓고 보면 3분기 KB금융지주의 호실적에 KB증권은 ‘수훈갑’이라 할 만하다. 3분기 순이익 209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60억원에 비해 275.8% 급증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1061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이중 하나금융투자가 288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6.2% 가량 늘어난 수치로 그룹 수익 견인에 일조했다. 3분기에만 1155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대비 96.9% 상승율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3분기 당기순이익 4798억원을 올린데 그친 우리금융의 증권 자회사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전년 동기대비 1.13% 줄어든 실적으로 증권업계 추정치 5407억원을 밑도는 결과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13년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하며 이후 증권사 없는 금융지주를 유지하고 있다. 경쟁 금융지주들이 비이자수익을 늘리며 저금리 상황을 이겨가는 것과 달리 우리금융지주 내 우리은행의 순이익 의존도는 88%에 육박한다. 60~70%대인 다른 금융지주들에게 수익 경쟁이 안되는 이유다.

다만 최근 아주캐피탈 인수를 통해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포함시킨 것을 시작으로 증권과 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를 늘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가 매각한 우리투자증권은 NH금융지주 품으로 들어가 이번 분기 영업이익 3537억원, 당기순이익 239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확히 우리금융지주가 올린 분기 순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이익 규모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분기수익 호조의 이유로, “3분기 증시 거래대금 증가와 해외주식매매 활성화에 따라 브로커리지 비즈니스가 실적을 견인했다”며, “3분기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DCM시장 개선, ECM시장 대규모 딜 진행을 통해 IB부문이 실적 증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호실적 발표에 힘입어 NH투자증권은 28일 주식시장에서 4.97% 급등하며 우선주를 제외한 증권 보통주 중 최고의 상승율을 보였다.

성장주들의 주가 급등속에 부진을 면치 못했던 금융지주 주가는 KB금융지주를 필두로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저평가 여론이 일며 일부 외국인 주주의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자 배당 확대에 대한 논의가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은행들의 배당확대에 대해 공개적인 경고를 하고 있어 주주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할 것”을 주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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